[인문사회]새로운 문화에대한 전령 '禁書' 다룬 '책의 운명'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30분


◇ ‘책’의 운명/ 이중연 지음/ 560쪽 2만원 혜안

조선전기의 불교와 도교, 조선 후기의 서학(천주교), 일제 강점기의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이들은 모두 당시의 대표적인 사상 통제 대상들이었고 금서는 바로 이런 사상의 유포를 금지하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이에 비하면 지금은 사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듯하다. 지금의 금서라면 주로 사회풍속과 관련된 것들이지만, 이런 금서 논란은 책의 판매부수를 올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를 은근히 반기기까지 한다.

이런 최근의 금서 논란을 포함해서 금서는 그 시기,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그 포용력을 첨예하게 드러내 준다. 일제강점기의 ‘겨레의 노래’를 정리하다가 금서에 관한 자료를 찾게 됐다는 저자는 “금서는 책 ‘한 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 사상, 질서의 유지와 연관된 문제이고, 여기에 금서가 탄생한 시공간을 감안하면, 금서의 문제는 한 사회의 역사적 흐름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초의 불교와 도교 관련 도서에서부터 양명학 및 서학 등 이른바 ‘이단’ 사상 관련서, ‘정감록’이나 ‘동경대전’과 같은 민중사상 서적, 그리고 일제시대의 출판통제정책에 이르는 금서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런 금서의 문화사를 통해 저자가 보여주려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역사상에서 얼마나 지독한 통제 사회였는가 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미리 밝히고 있듯이 중국 진나라의 유명한 ‘분서(焚書)’ 정책이나, 청나라의 3000종에 달하는 금서목록, 17∼8세기에 극심했던 일본의 사상통제, 로마 가톨릭의 금서정책 등 역사상 어느 곳에서나 금서는 있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기존 사회의 그런 억압 속에서도 어떤 경로로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하는 노력들이 지속되고 문화전파자들이 활동했는가를 보여준다. 시대와 주제별로 정리된 금서목록, 상세한 참고문헌과 색인 등도 저자의 성실한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책에 이어 준비하고 있다는 광복 이후의 금서 문화사도 기대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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