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대학졸업 성균관대 윤효선씨

  • 입력 2001년 8월 24일 19시 06분


“공부한다고 너무 떠벌리는 것 같아 가족 외에는 비밀로 했는데…. 늦게나마 졸업할 수 있게 돼 감사하네요.”

대학 입학 34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67학번 윤효선(尹孝宣·54·서울 구로구 구로동)씨. 그가 ‘복학생’이 돼 다시 캠퍼스를 찾은 것은 99년.

“69년 1월 휴학계 내는 것을 깜박 잊고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제적을 당했죠. 그 후에는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져 가장 노릇 하느라 학교에 다시 돌아갈 엄두조차 못 냈어요.”

제대 직전인 71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아버지마저 시골로 간 뒤 초등학생 막내부터 고교생 둘째까지 5명의 동생을 모두 윤씨가 돌봐야 했던 것. 그 후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모터부품을 만드는 금속사를 차려 ‘사장님’이 됐으나 못다한 공부에 대한 미련으로 항상 가슴 한 쪽이 허전했다고 한다.

윤씨는 99년 용기를 내 성균관대를 다시 찾았다. 사정을 들은 학교측은 간단한 면접시험을 거쳐 윤씨가 3학년으로 재입학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동생뻘 되는 교수들의 강의를 들을 때는 어색하기도 했고 영어 컴퓨터 공부가 생소해 끙끙 앓기도 했다. 하지만 윤씨는 도서관과 강의실을 오가며 공부했던 지난 2년이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이번 학기 졸업과 함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박사과정까지 공부해 미약하나마 우리 글과 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어요.”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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