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15주년 미추홀 전경화 회장 "음악에 빠져 시집도 안가"

  • 입력 2001년 8월 26일 18시 26분


“장수 비결요? 시집을 안간 거죠.”

창립 15주년 기념음악회를 준비중인 공연기획사 ‘미추홀 예술진흥회’의 전경화 회장(47). 그의 ‘미추홀’은 같은 해 출범한 서울예술기획과 함께 공연기획사 가운데 국내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다.

“딸린 가족이 없으니 공연기획을 하면서 크게 모험을 하지도 않았고, 손실이 두려워서 하던 일을 중단하지도 않았죠.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인천에서 임상병리사로 활동하던 그가 공연 기획에 손댄 것은 32세 때인 1986년. 골수 음악 팬이었던 그는 공연을 보기 위해 너댓번 씩 차를 갈아타고 서울로 가야 했다.

마침 일본 ‘고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갖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만사 제쳐놓고 인천 올림포스호텔에 공연을 유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인천에 사무실을 열었다. 음악평론가 이상만이 인천의 삼국시대 이름을 따서 ‘미추홀 예술진흥회’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서른 둘의 처녀는 ‘회장’이 됐다. 결혼밑천으로 모아둔 돈이 모두 사업에 들어갔다.

인천의 ‘마당발’로 통하던 그의 열성에 일감이 계속 모여들었다. 공연기획을 시작한지 3년 만에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라자 베르만, 유니스 리, 백혜선의 독주회 등 310건의 행사를 치렀고 국내 예술가의 첫 매니지먼트 계약 (바이올리니스트 정찬우), 국내연주가 첫 CD제작 (정찬우 바이올린 독집) 등 여러 기록도 세웠다. 도서지방 순회연주회, 공단 청소년을 위한 연주회 등 무료 순회연주회도 10여 번 개최했다.

“제가 주력하는 것은 신진 연주가를 발굴하는 일이예요. 국제콩쿠르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재목들이 공연장과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유니스 리와 백혜선, 알리사 박을 소개해왔듯이 앞으로도 눈을 밝히고 찾아다닐 생각입니다.”

올해 그는 ‘새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추홀 체임버 오케스트라’(가칭) 창단이 그것.

공연기획사들은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오케스트라를 수소문해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공연기획사가 직접 오케스트라를 육성해보자는 취지. 9월말 오디션을 거쳐 연내 30여명 규모의 악단 창단이 목표다. 매니지먼트사가 전속악단을 창단하는 또 하나의 ‘한국최초’ 기록이다.

창립 15주년 기념음악회는 5일 오후 7시반 부산문화회관 대강당, 7일 오후 8시와 9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5, 9일 연주회는 미추홀이 발굴한 기대주 알리사 박(미국 오레곤음대 교수)의 바이올린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로버트 코닉의 반주로 베토벤 소나타 7번, 크라이슬러의 소품 등을 연주한다. 1만5천∼5만원.

7일 연주회는 곽승(부산시향 상임지휘자) 지휘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알리사 박,루이스 클라렛 콘서트. 클라렛은 1976년 카잘스 국제콩쿠르, 77년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 연속 우승한 세계적 첼리스트.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과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등이 이날 연주된다. 2만∼7만원. 02-391-2822∼5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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