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KT배 속기전]서능욱9단 반집으로 이창호 잡다

  • 입력 2001년 8월 26일 18시 37분


“속기는 아직 자신있습니다.”

국내 최고 상금 기전인 KT배 마스터즈배에서 이창호 9단을 꺾은 서능욱 9단은 시원시원한 성격 그대로 말하는 것도 시원시원하다.

서 9단은 22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이 대회 본선 7국에서 이 9단에게 319수까지 가는 치열한 난타전 끝에 흑 반집승을 거뒀다.

서 9단은 8월 들어 이상하게 이 9단과 많이 만났다.

지난 1일에는 바둑왕전 본선에서, 7일엔 농심 신라면배 예선에서 대국을 가졌는데 두번 모두 패했다. 바둑왕전에선 아쉽게 반집패했는데 이번에 설욕한 셈.

또 9월 3일에는 LG정유배 4강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중요한 일전을 벌인다.

지금까지 서 9단의 대 이 9단 전적은 5승 22패. 사실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적이 나쁘다. 하지만 서 9단이 거둔 5승 중 3승을 속기전에서 기록했을 정도로 속기에서 만큼은 이 9단과 대등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빠른 손놀림과 전광석화같은 수읽기로 난타전을 벌여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수법에 이 9단도 발목을 잡힌 것이다.

서 9단의 올해 성적도 좋다. 9연승을 포함, 14승 5패.

흑을 든 서 9단이 중반 필승의 형세를 만들었으나 끝내기에서 계속 손해를 봐 반집을 다투는 미세한 국면. 상변 패가 마지막 승부처다.

흑 1의 팻감에 불응하고 백 2로 때려낸 것이 패착. 백은 무조건 흑 1 한점을 잡아야 했다. 백은 ‘가’ ‘나’ ‘다’ 등 팻감이 많아 흑 1의 팻감을 받아주더라도 패를 이길 수 있었다.

서 9단은 “끝내기에서 너무 당해 이번에도 또 역전패 당하는 줄 알았는데 반집을 남겨 다행”이라며 “내친 김에 LG정유배까지 이겨 올해 전적을 2대 2 동률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봐도 시원시원하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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