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14>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 입력 2001년 8월 26일 18시 41분


통계청이 내놓은 ‘통계로 보는 한국의 모습’에 따르면 한국의 5대 수출상품은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선박 석유화학제품으로 주로 대기업제품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한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수준의 대기업과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시대란 이런 글로벌 기업들을 잘 알아야 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은 무엇인가.

세계적 석학 앨프리드 챈들러 하버드대 경영대교수는 미국 ‘포천’지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기업’ 리스트에 들어가는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이라고 칭했다. 이 리스트에 들어가려면 업종에 상관없이 연매출액이 103억달러, 즉 13조원은 돼야 한다. 이런 기업이 많은 나라는 미국(185개) 일본(104개) 프랑스(37개) 독일(34개) 영국(33개) 캐나다(15개) 중국(12개) 한국(11개) 스위스(11개) 순이다. 글로벌 기업이 많은 업종은 순서대로 금융보험업(104개) 식료품(36개) 석유정제업(29개) 자동차 및 부품(27개) 통신업(24개) 전기전자(23개) 전기가스(18개) 의약품(13개) 에너지(13개)다.

▼ 글 싣는 순서▼
1. 서양은 언제부터 우리를 앞섰나
2. '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3. 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4. 자유경제는 윈·윈게임
5.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6. "검의 고수엔 칼로 덤비지 말라"
7. 지능 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8. 세계 제일 '경제코치'포진
9. 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10. '일본 위기'는 잘못된 진단
11. 한강 개발가치 무궁무진
12. 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13. 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14. 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15. 글로벌시대의 교육

세계 500대기업 중 7대 선진경제대국(G7)이 416개나 차지하고 있다. G7 중 대기업이 가장 적은 나라는 중소기업형 경제라는 이탈리아(8개)다. 세계 최대의 기업은 매출액기준으로 미국의 엑슨석유(2100억달러), 종업원 기준으로는 미국의 월마트사로 무려 124만명이 넘는다.

한국이 이런 회사 하나를 설립하면 실업문제는 거의 해결될 정도다. 이 두 회사의 매출액은 4000억달러가 넘는다. 주식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제일의 기업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인데 올 7월 현재 4800억달러나 된다. 지난해 말 한국의 국민총생산(GNP) 4600억달러보다 많다.

세계 30대기업 리스트를 보면 일본이 11개, 미국과 독일이 각각 8개와 6개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기업이다. 포천지가 밝힌 자동차회사의 매출액을 보면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사는 1850억달러, 일본 도요타사는 1214억 달러로 현대자동차의 각각 6배와 4배가 넘는다.

한국은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라서 30개의 ‘대규모’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있다. 이들 집단 소속 계열사의 총수는 624개이고 총매출액은 4050억달러다. 각 기업집단을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할 때 매출액기준으로 세계수준의 대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은 30개 중 삼성 현대 LG SK 현대자동차 한진 포항제철 롯데의 8개이다. 세계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대규모’기업집단의 규모는 이렇게 작은 것이다.

세계 수준의 대기업을 비교할 때 일본의 ‘게이레쓰’라는 기업집단제도는 주의해 보아야 한다. ‘글로벌 500대기업’ 리스트에 들어가는 일본기업은 모회사와 수많은 자회사로 구성된 ‘수직 게이레쓰’ 중에서 모기업만 들어간다. 그 뒤에는 수많은 자회사들이 있다. 올 5월에 출판된 오소노 도모카주의 ‘기업계열과 업계지도’에 따르면 자회사 수는 도요타 425개, 도시바 321개, 미쓰이물산 549개 등이다. 게다가 이들 세회사가 다른 22개사와 함께 미쓰이그룹이라는 거대한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집단을 ‘수평 게이레쓰’라고 한다. 미쓰이그룹의 98년 총매출액은 금융보험업을 제외하고도 한화로 약 1000조원이 넘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일본에는 이런 그룹이 6개나 있다. 포천지가 발표한 아시아의 20대기업도 모두 일본기업들이다.

글로벌시대에 한국기업이나 경제에 대한 이런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공세나 불공정거래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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