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차원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내년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10∼15% 감해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에 뒤이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이 이 같은 감세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사실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감세정책의 목적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는 소비를 촉진시켜 내수를 살리자는 데 있다고 말한다. 특히 봉급생활자처럼 소득이 투명한 부류와 최근 신용카드 사용으로 소득상황이 상당 부분 노출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세부담을 집중적으로 덜어주겠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의 방침은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바람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세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정부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터에 항구적인 감세는 재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세금을 깎아주기보다 정부의 지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조세연구원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중앙정부가 안고 있는 빚이 100조원을 넘어섰고 금융구조조정 등에 투입된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고려할 때 향후 재정악화는 불을 보듯 환한 일이다. 정부가 2003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감세로 세수입이 줄면 재정 정상화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감세가 책임 있는 정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1990년도부터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 장기 불황에 빠져 버린 일본경제의 선례를 닮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대통령선거가 있는 내년을 선택한 것도 정부의 의도를 순수하게 보기 어렵게 한다. 물론 국회의 세법개정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올해 말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던 정부의 주장과 감세효과가 나타날 시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세금은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대단히 어렵다. 정부는 조세연구원의 충언을 경청해 신중하게 감세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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