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9월부터는 투신운용사의 간접투자상품(펀드)의 운용내용이 ‘유리알처럼’ 일반에 공개돼 펀드의 투명성이 향상되고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펀드선택도 한결 쉬워진다.
▽펀드순위 ‘지각변동’ 가능〓운용내용 공개는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누구나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채권형펀드가 투기등급(신용등급 BB+이하)채권을 많이 편입했는지, 어느 펀드가 선물투자비중이 높은지를 소상하게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수익률 기준으로 펀드 순위를 매기는 평가방법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과거와 현재의 펀드운용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펀드를 통해 계열사를 지원하는지, 펀드매니저의 운용전략은 어떠한지를 손금 보듯 판독할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펀드의 수익률은 평가를 제대로 하는데 필요한 자료의 30%에 불과했다”며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펀드평가가 가능해졌고 선진국의 평가기법도 적용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객의 펀드선택 유리해져〓현재 간접투자상품 투자자들은 운용을 시작한 펀드의 기준가격을 보고 가입여부를 판단한다. 기준가격은 펀드 설정일을 1000원으로 정한 뒤 이후 변동치를 가감하는 것이다.
펀드내용이 공개되면 투자자들이 편입된 채권과 주식종목을 놓고 당시 기준가격이 적당한가를 판별할 수 있다. 즉 저등급채권이 많이 편입돼 기준가격이 높아진 채권형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제로인 최상길이사는 “투신운용사들이 공표하는 펀드의 기준가격과 펀드에 들어있는 채권과 주식의 가치를 토대로 산정한 순자산가치를 비교할 수 있고 그 차이가 크게 나는 펀드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 서비스에는 시간걸려〓투신협회는 9월 10일부터 펀드정보를 펀드평가사에 제공한다. 평가사는 이 정보를 독자적으로 가공한 뒤 공개한다. 평가업계는 “준비작업이 필요해 본격적으로 서비스하는데는 1∼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사 입장에서는 펀드정보 제공이 수익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돈을 내고 펀드정보를 사 볼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이나 은행 등이 자기 상품에 한해 정보를 구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객이 1명인 ‘단독펀드’의 경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투신협회측은 “단독펀드의 경우 해당 고객이 비공개를 원하는데 억지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투신운용사들이 단독펀드를 더 우대하는 관행을 없애려면 똑같이 공개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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