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베사메무쵸' 하룻밤 동침에 1억을 준다면?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31분


‘베사메무쵸’는 중년 부부에게 다가온 위기를 그린 멜로 영화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이름과 같은 철수(전광렬)와 영희(이미숙). 이 ‘보통 사람들’에게 ‘1억 원을 준다면 다른 사람과 하룻밤 잘 수 있느냐’는 은밀한 제안이 들어온다. 하룻밤 동침에 100만 달러를 제안하는 에드리안 라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은밀한 유혹’(93년)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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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사메무쵸’는 네 아이를 둘러싼 웃음과 갈등, 부부가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현실을 담아 한국적인 분위기로 조율됐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이 ‘유혹’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설명이 지루하게 전개된다. 결혼 10년차인 철수와 영희는 네 아이를 키우며 18평 아파트에 살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증권사 과장인 철수가 주가 조작을 거부하다 해고당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수의 빚 보증 실패로 1억 원을 갚지 못하면 집마저 날리게 될 형편. 1억 원을 얻기 위해 철수는 고객의 아내인 한 여인과 자신의 집 침실에서, 영희는 자신을 짝사랑한 학교 선배의 집에서 각각 동침을 해야 한다.

끔직한 사건을 겪은 부부의 내면 세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 후반부가 볼만하다. 감성적인 대사와 매끈한 화면처리도 뛰어나다.

하지만 영화 속 현실이 얼마나 관객 자신의 이야기로 보일 수 있느냐는 ‘리얼리티’ 면에서는 의문이 생긴다. 은밀한 유혹이 부부에게 동시에 찾아온다는 설정이나, 약속이라도 한 듯 잇따라 일어나는 불행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3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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