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미국의 ‘GT 자전거’ 광고는 가볍고 즐거운 것의 대명사격인 작품이다. 이 광고는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과장’이란 기법을 사용했다.
과장은 평범한 것보다는 독특한 것을 더 잘 기억하는 인간의 심성을 노린다. 그냥 ‘월급이 적다’고 하는 것 보다는 ‘쥐꼬리만하다’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 아닌가. 이렇게 사실을 과장해 보여주면 메시지는 보다 강력하게 각인된다. 과장된 표현과 이를 통한 유머의 개발은 광고의 가장 보편적인 기법 중 하나다.
이제 광고를 살펴보자. 자전거 배달용 승합차로 보이는 차안에 남녀가 누워있다. 뒤쪽 창문에 ‘GT’가 써있는 것으로 보아 이 남자는 분명 GT 자전거의 직원일 것이다.
남녀는 차 안에서 은밀한 만남을 가진 모양이다. 남자는 몹시 만족한 듯 만세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 옆의 여자 표정은 뭔가 심상치 않다. 굉장히 어이없는 일을 당한 듯 황당해 하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은 아래쪽에 자리잡은 단 한 줄의 카피. ‘빠르게, 이것이 우리 회사의 방침입니다.’ 남자는 회사의 방침대로 ‘그 일’도 잽싸게 끝낸 모양이다. 절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 작품은 장르상 구분으론 기업 이미지 광고(?)다. 자기 회사의 신념이나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자전거란 제품이 갖는 약점의 ‘심리적 보상’으로 볼 수도 있다. 자전거는 오토바이보다 느리고, 자동차보다는 더 느리다.
이 광고는 반면 ‘빠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강조하는 속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다. 사실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그 어떤 속도감에도 비길 수 없다. 언제나 꽉 막힌 도로와 답답한 도시 생활…. 복잡한 도심을 떠나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일상을 떠난 초스피드의 쾌감 그 자체일 것이다. 이번 주말, 아쉬운 대로 미사리에서 자전거라를 한 번 타보면 어떨까.
양웅(금강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woong@diamo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