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주자들 벌써 돈 뿌리나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0분


그저께 있은 민주당의원들의 정치개혁 워크숍에서 “일부 대선주자들이 경선을 앞두고 금품을 살포하고 있다”는 발언이 잇달아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전체 발언 내용을 보면 어떤 대선주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금품을 살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그 같은 발언이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으로부터, 그것도 당중진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갖게 한다. 한 당중진의 측근은 지구당에 일부 대선주자가 돈봉투를 놓고 간 사례가 많아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있다며 청와대에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국민은 모르는 사이에 당내에서 문제가 번진 모양이다.

아직은 민주당의 경선일정이 확실히 잡혀 있지 않고 대선도 1년 이상이나 남아 있다. 집권당 내부에서 벌써부터 그 같은 금품살포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검은돈’이 정치판에 유입되어 돈선거 타락선거를 조장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대통령선거 한번 치르고 나면 나라경제가 휘청거린다는 말이 있다. 지난 대선 때도 각 후보들은 200억∼300억원의 선거자금을 사용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으나 공식선거기간 외에 쓴 돈까지 합하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가의 공통된 얘기다. 그 돈이 얼마나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는 다시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현 정권은 정치개혁을 국정의 목표로 삼았으나 그 성과는 아직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여야가 자기들 실속만 내세우는 바람에 협상은 겉돌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여당의 대선주자라는 사람들이 금품살포라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니 현 정권의 정치개혁은 이제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돈봉투를 뿌리며 다니는 주자가 어떻게 해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된들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여권이 그런 인사를 대통령후보로 선택하는 그 자체가 한심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당내 후보경선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는 예비후보와 대의원은 형사처벌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모양이다. 민주당이 어떻게 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먼저 자기 쇄신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정치개혁에 실망한 민심을 회복하기는 어렵다. 당장 일부 대선주자들의 금품 살포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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