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가을 女心 '우수에 잠긴 그녀'

  • 입력 2001년 8월 30일 18시 48분


우울(憂鬱)함을 앞세운 ‘글루미 룩(Gloomy Look)’이 올 가을 여성 패션계의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짙은 와인 빛이나 검은색, 초라하고 우울한 중고의류를 떠올리게 되는 빈티지(Vintage) 스타일 등이 인기를 모을 조짐이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역시 어두운 분위기를 앞세우는 경향이 많다.

▽가라앉은 스타일〓마냥 예쁜 바비인형처럼 ‘섹시한 여성미’로 외양을 포장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무겁고 남성적이며 우수(憂愁)에 잠긴 듯한 이미지를 만든다.

에트로, 돌체 앤 가바나 등에서는 1900년대 초반 제정러시아의 웅장하고 무거운 느낌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중세유럽풍의 구슬장식, 길게 늘어뜨려 여러 개를 겹치는 스타일의 목걸이 등도 보조 액세서리로 인기다. 마리나리날디, 타임 등에서는 차갑고 딱딱한 남성미를 연출하는 스타일을 등장시켰다. 어깨선이 크게 보이도록 패드를 넣거나,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무늬를 접목했다.

크리스찬디오르, 나인식스뉴욕, 게스 등에서 선보인 빈티지와 데님(일종의 청바지 천)은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빈티지 의상은 가죽잠바 면바지 핸드백 등으로, 데님 의류는 청바지뿐만 아니라 원피스나 이브닝드레스부터 트렌치코트, 정장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새 밀레니엄을 맞아 세계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유채색 의상이 주를 이뤘으나, 올해에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어둡고 전위적인 스타일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두운 메이크업〓눈 화장을 어둡게 하면서 광택감이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과감한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눈가에 검은 안개가 피어나는 것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준 데서 ‘스모키 룩’, 고양이의 눈매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캐츠 아이 메이크업’ 이란 말로 통용된다. 채도를 달리 해 점증감이 두드러지는 검은색, 회색, 짙은 녹색 아이섀도 등으로 눈 주위를 바르는 스타일. 진주빛이 담긴 짙은 빨간색 립스틱도 덩달아 인기다.

▽차가운 일자 머리〓눈썹을 살짝 가리는 일자머리인 ‘뱅(Bang) 헤어’ 스타일이 동유럽 패션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도 상륙했다. 앞머리는 ‘바가지 머리’ 선으로, 옆머리는 거의 어깨선 정도의 단발 길이로 레이어드(층)를 넣어 커트한 스타일이다.

헤어디자이너 장 피엘은 “첫 느낌은 정돈된 것 같지만 어딘지 침체되고, 구속된 듯하며차가운인상을남기는것이‘뱅헤어’의특징”이라고분석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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