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도 섬 해안부터 개막식장인 ‘살라 그랑데’ 극장 앞까지 연결된 도로 양측에는 베니스 영화제 상징인 ‘황금사자’가 그려진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고, 리도 섬에는 일찌감치 수 천 명의 영화 팬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어떤 스타들이 왔나〓영화제를 흥겨운 축제 무드로 이끄는 것은 역시 스타들. 이번 영화제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여배우 니콜 키드먼은 개막 하루 전 개인전용기를 타고 베네치아에 도착해 최고급 키프리아니 호텔에 투숙했다.
특히 키드먼이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도중 키드먼과 취재진은 007 영화를 방불케 하는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키드먼은 공항에서 환호하는 군중과 취재진을 뒤로 하고 호텔로 가는 보트를 탔고, 그 직후부터 카메라맨들을 실은 8대의 고속 모터보트가 키드먼을 뒤쫓았다.
이에 키드먼의 보트는 위험을 무릅쓰고 속력을 높여 이들을 따돌렸는데, 급기야 경찰이 출동해 키드먼의 보트를 가로 막아 세운 뒤 감속할 것을 지시하면서 추격전은 끝났다.
이번 영화제의 경쟁부분 출품작 ‘타인들’(The Others)에서 주연을 맡은 키드먼은 31일 베네치아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관하는 에이즈 퇴치 모금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경쟁부문에 화제작 ‘A.I.’를 올려놓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자 영화제 주최측은 허탈해하는 분위기.
덴젤 워싱턴, 헬렌 헌트, 조니 뎁, 대니 드 비토, 벤 킹슬리, 미라 소르비노, 팀 로스 등은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 시사회에 맞춰 베네치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두 마리의 사자〓베니스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사자상’은 두 개로 늘었다. 올해부터 경쟁부문이 ‘베니스 58’과 ‘현재의 영화’ 등 두 부문으로 나뉘어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그랑프리였던 ‘황금사자상’은 ‘베니스58’에 주어지고, 신설된 ‘현재의 영화’ 부문 최고작에는‘올해의 사자상’이 주어진다. 두 부문의 상금은 10만 달러로 똑같다.
◀ ‘불리’(Bully)
▽화제작〓베니스 영화제에서 미국의 ‘할리우드 파워’는 강하지 않다. 장면 경쟁 부문에 진출한 40편의 영화 중 할리우드 영화는 ‘베니스 58’과 ‘현재의 영화’, 두 부문을 모두 합쳐 4편에 불과하다.
이번 영화제에는 관심을 모으는 영화는 ‘키즈’의 래리 클락 감독이 또다시 10대 문제를 충격적으로 다룬 영화 ‘불리’(Bully), ‘중앙역’을 만든 월터 살레스 감독의 ‘태양 뒤에서’, ‘두리안 두리안’에 이어 2년 연속 베니스에 초청된 홍콩 프루트 챈 감독의 ‘할리우드 홍콩’, ‘카마수트라’의 인도 여성감독 미라 네어의 ‘몬순 웨딩’ 등.
스페인 알렌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스릴러 ‘타인들’도 주목 받고 있다. ‘타인들’은 할리우드 최강의 스타 커플로 꼽혔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이혼하기 전 각각 제작과 주연을 맡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당초 영화제에서 상영이 예정되었다가 볼 수 없게 된 작품도 있다.
‘다른 세상은 있다’(‘Another World is Possible’)는 이탈리아 감독들이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지난 7월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시위와 당시 발생한 폭력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현지 언론은 이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 이유로 영화의 후반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해석부터, 미디어 재벌이자 이탈리아 총리인 베르루스코니 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추측까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옥전갈의 저주'
이밖에 비경쟁부문에서는 우디 앨런 감독이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옥전갈의 저주’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
이번 영화제의 특별 공로상 수상자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로 감독으로 결정됐다. 로메로 감독의 ‘영국 여인과 공작’도 영화제 기간 중 상영된다.
<베니스〓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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