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행동이 옳았는지는 둘째치고, 이것저것 다 재고 따져볼 수밖에 없는 기성세대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 아닌가. 갑자기 그들의 음악 속에 끓어오르는 젊음의 피가 그리워져 음반을 사서 들으며 청년 문화와 젊음에 대해 생각했다.
청년 문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낭만, 이상과 순수성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그런 이미지를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은 존 오스본의 유명한 희곡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세계 전후 문제희곡·시나리오집’·신구문화사·1974년)와, 그를 필두로 나타난 일단의 ‘성난 젊은이들(Angry Young Men)’일 것이다.
여기 나오는 젊은 군상들은 예나 지금이나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안정된 일상의 질서를 비웃으면서 세상에는 더욱 고귀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적개심에 불타올라 주변 사람들을 꼬장꼬장 괴롭히고, 그러면서도 닿을 수 없는 것에 손을 뻗으며 괴로워하는 그 모습은 우리가 모두 한번씩 겪어왔던 젊음이기에 차마 비난하기 어려운 것이리라.
보통 젊음이라고 하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민음사·1999년)에 흠뻑 젖어있는 낭만과 병적인 정열, 고독과 우수를 생각하게 되지만, 락 음악에 넘쳐흐르는 힘찬 젊음은 오히려 실러의 ‘군도(群盜)’(서문당·1996년)에 나오는 젊은 도둑들을 연상하게 한다.
기존 질서를 모두 부정하노라고 큰소리치고 인간과 미덕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는 사랑과 정의에 대한 열망이 숨쉬고 있다. ‘누가 나에게 보증을 해줄 것이냐? 모든 것이 캄캄하다. 얼키고 설킨 미궁이다.(중략) 그러나 무엇 때문에 행복을 바라는 뜨거운 마음은 이다지도 심한 것일까? 무엇 때문에 도달하기 어려운 완전무결의 이상을 그다지도 추구하는 것일까?’
신열에 들뜬 어두운 밤에 이런 말을 마음 속으로 한두 번 되뇌어보지 않은 젊은이가 어디 있을까. 실체가 잡히지 않는 무엇인가를 파괴하고 다시 만들어보고 싶은 이 커다란 젊음의 열망!
송경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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