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에는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 인간에게 사랑받고 싶은 로봇이 등장한다. 영화는 ‘사랑할 줄 아는 로봇을 만들었을 때 인간은 그 사랑에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그러나 영화가 주로 로봇의 감정이나 감성을 다루고 있어 ‘인공지능’이라는 제목 보다는 ‘인공감성’이 더 적절하다.
이 책은 ‘A.I.’로 미처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의 허기를 채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반가울 저서다. 인간의 지능은 물론, 동물도 생각을 하는가, 로봇도 인간의 지능을 가질 수 있는가 등에 대해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결과와 전망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신경과학, 심리학, 교육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지능’을 연구해 온 석학들이 자신의 연구 내용과 논쟁적인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IQ 검사나 영재 교육, 알츠하이머 치매 등의 주제는 사회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관심거리다.
이런 장점은 이 책의 백미인 ‘인간의 지능’ 부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과연 IQ 검사는 정확할까. 예일대 심리학과 로버트 스턴버그 교수는 IQ검사가 서구 백인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든 문화권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으며, 직업적 성취에서 매우 중요한 능력들을 놓치곤 한다고 지적했다. 인류는 전세계적으로 IQ점수가 매 10년마다 3퍼센트씩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그 원인도 모른다.
지능은 타고나는 것일까 길러지는 것일까. 일찍이 리차드 헌스타인과 찰스 머레이는 ‘벨 커브’(1994년)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은 대부분 타고난 것이며, 미국 사회가 점차 지적인 엘리트층과 우둔한 하층계급으로 나누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종차별과 계층사회를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읽힐 수 있는 그들의 연구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IQ가 유전적인 영향을 받긴 하지만 환경적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체스나 포커 같은 게임을 할 줄 아는 기계를 개발하는 문제 또한 깊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바둑이나 포커에선 기계가 한동안 인간을 따라잡긴 어렵겠지만, 오셀로나 체커에 있어서는 이미 기계의 실력이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페트릭 헤이스와 케니스 포드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이 결코 인간의 뇌를 흉내내는 식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새의 날개짓을 흉내내는 일을 멈추고 기압과 공기 흐름을 통제해 비행기를 만들었을 때 인간이 비로소 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기계가 인간의 뇌를 가질 수 있을까’를 소설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존 카스티의 ‘인공지능 이야기’(사이언스북스, 1999)와 함께 읽는다면, 인공지능 연구의 다양한 접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에 실린 ‘외계 지적생명체’에 대한 글은 우주의 지적생명체를 찾는 세티(SETI)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는 대신,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탄생된 지적 생명체는 어떤 형태의 뇌를 가질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를 살폈더라면 더 흥미를 끌었을 것이다. 이한음·표정훈 옮김, 원제 ‘Exploring Intelligence’(1998년)
정재승(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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