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문명사회의 질병이 음식에서 비롯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리포트다.
세계에서 당뇨 환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놀랍게도 남태평양의 외딴 작은 섬나라 나우루. 1954년까지 당뇨환자가 거의 없던 나우루의 주민 41%가 지금은 당뇨환자가 돼있다.
시드니의 저명한 당뇨연구자인 폴 짐메트에 따르면 나우루의 당뇨병 확산은 ‘콜라 식민지화’의 결과이다. 나우루 주민들이 과거와는 달리 수입된 가공식품을 많이 먹고 주로 좌식생활을 한 결과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 비율이 급속히 높아진 것이다.
목장의 쇠똥이 해가 바뀌어도 썩지 않고 그대로 있다. 썩지 않는 쇠똥은 사료에 첨가된 약품과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하노버 수의과 대학의 한스 율겐 합케 교수가 지적했다. 가축에 투여된 항생제의 50%가 체내에서 이용되지 않은 채 다시 몸밖으로 나온다. 이러한 물질은 목장에만 계속 머물러 있지 않고 비가 오면 씻겨내려가 지하수 시냇물 강 호수 등으로 옮겨진다.
현대에서 식품으로 인한 건강의 손상은 과거처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 다. 과거에는 상한 고기나 버섯을 잘못 먹은 사람은 금방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콜라를 마신 사람은 뼈성분의 손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없고 마가린을 먹은 사람도 치아 부식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가공식품은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많은 양을 섭취한 후에야 아주 천천히 건강 손실을 가져온다. 광우병에 오염된 쇠고기를 한 조각 먹은 사람은 그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는 즉시 병에 걸리지 않으며 병에 걸린다고 해도 수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식탁의 위험은 아무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주화’됐다. 과거의 귀족은 병균이 잠복하고 있는 위험한 음식을 피할 수 있었다. 그들은 굶주리지 않았고 상한 음식을 먹지도 않았으며 독이 든 음식을 미리 맛보는 대리인을 고용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편집인을 지낸 저자는 현대 사회의 식탁이 처한 위험과 이를 둘러싼 식품 업계의 이해 관계를 예리하게 추적하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 10여년 식품의 안전성에 대하여 조사하고 연구하고 있는 본인도 책을 읽고 각오를 새롭게 했다.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감시 활동을 하는 명예감시원, 주부들은 꼭 읽어야할 책이다.
특히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농산물 기술 품질원, 각 지자체 환경 위생과, 식품 연구소 등 식품관련 부서 근무자들도 이 책을 읽고 올바른 식품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오은경 옮김, 원제 ‘Auf Teufels Topf, Die neuen Risiken beim Essen’(1999년).
황선옥(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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