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측은 어제 임 장관 문제를 ‘정권의 문제가 아닌 민족의 문제’로 규정하고 “민족의 문제를 놓고 공조가 안 된다면 공조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P와 자민련이 끝내 임 장관의 사퇴를 고집한다면 공조 파기도 불사한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임 장관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던 자민련측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임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며 오히려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JP가 “공조는 부수지 않는다”고 했다지만 이렇게 양측의 생각이 확연히 갈려서야 공조는 이미 깨졌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 판단일 듯도 싶다. 청와대측은 이번 임 장관 문제에서 밀리면 레임덕의 가속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할 것이다. JP 또한 자칫하면 당 장악력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이 일시에 무너지리란 점에서 입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공동여당이 언제까지 공조를 지키느냐, 깨느냐로 시간을 끌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북 문제만 중요한 게 아니다. 민생이 더욱 시급하다. 그렇다면 공조를 지키든 깨든 빨리 가닥을 잡아야 한다. 국민의 눈에는 공동여당의 힘겨루기가 국정을 도외시한 ‘오기 싸움’으로 비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차피 DJP 연합은 뿌리와 정책 이념이 다른 두 정파간 ‘정략적 동거’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소수파 정권의 입장에서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공동정권이 불가피했던 측면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흥정과 담합’으로 미봉하려 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그런 공동여당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지난 총선 때 자민련이 야당 선언을 했다가 여당으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두 정파가 보여준 정략적 담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DJP공조를 깰 것인지, 말 것인지를 빠른 시일 안에 분명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이에 앞서 임 장관 사퇴 문제는 공동여당간 입장이 다른 만큼 한나라당이 국회에 내놓은 해임건의안을 표결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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