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26기 일본 메이진(名人)전 도전자로 나선 린하이펑(林海峰·59) 9단. 일본 바둑의 마지막 자존심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메이진과 7번기를 벌이는 그의 각오는 대단하다.
환갑이 다 된 기사가 35세인 요다 9단의 상대가 되겠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각종 기록을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두 대국자간 역대 전적은 린 9단이 18승 16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95년 이후 대결도 7승 7패로 팽팽하다.
올해 성적을 보면 두 기사의 컨디션이 드러난다. 린 9단은 20승 7패(74%)의 높은 승률로 다승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요다 9단은 입단 이후 가장 저조한 8승 7패에 그쳤다.
린 9단은 “주변에서 ‘환갑에 가까운 나이’라고 하는데 바둑은 나이와 관계없다. 체력도 자신있고 바둑도 (자신의 장점인) ‘끈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시다 요시오(石田芳夫) 9단도 “요다 9단은 첫 방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심리적으로는 7번기 경험이 많은 린 9단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며 도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요다 9단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컨디션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1국 때까지는 임전태세를 갖추겠다. ‘메이진을 꼭 지켜야 겠다’고 의식하면 오히려 질 수 있다. ‘메이진을 잃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두겠다”며 다소 수세적으로 말했다.
두 기사는 기풍 상으로 비슷하다. 두텁고 차분한 바둑. 다만 린 9단은 유연함과 끈기가, 요다 9단의 정확한 형세판단이 돋보인다.
91년 후지사와 슈코 9단이 66세에 오우자(王座)전에서 타이틀을 따내고 이듬해 방어까지 성공한 적이 있다.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사람으로 꼽히는 사람은 린 9단. 23세 최연소 메이진에 오른 이후 성실하고 한결같은 자세로 꾸준히 성적을 내온 것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과연 이번 도전기에서 린 9단이 또다른 신화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요다 9단이 메이진 2연패에 성공할 지 궁금하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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