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그러나 비록 규정타석과 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전 경기에 출전한 선수 못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가끔씩 나온다.
올해가 대표적인 경우. 3년반 만에 국내에 복귀한 기아 이종범과 시즌 초 대주자나 대타로 기용됐지만 후반기 들어 팀의 간판타자로 우뚝 선 한화 김태균과 롯데 김주찬이 ‘그들만의 리그’를 화려하게 열어가고 있는 주인공이다.
3일 현재 이종범은 8개의 홈런을 쳐냈다. 23경기 만에 8홈런이니까 홈런 1개를 치는데 3경기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페이스면 그가 133경기를 모두 소화했을 경우 홈런왕은 떼논 당상인 46홈런 이상을 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의 고졸 신인 4번타자 김태균도 홈런에 관한 한 이종범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장외 슬러거다. 올초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그는 67경기에 나가 15홈런을 쳤다. 4.5경기당 홈런 1개를 쳐 풀시즌을 뛴다면 30홈런을 치는 페이스. 그러나 시즌 초 대타로 자주 나갔던 그는 타석수로 따지면 이종범을 오히려 능가한다. 그는 192타석에서 15홈런으로 13번만 타석에 서면 홈런 1개를 쳐냈다. 반면 이종범은 111타석에서 8홈런으로 평균 14타석이 걸렸다.
롯데의 새 톱타자 김주찬은 빠른 발로 두산의 ‘대도’ 정수근을 위협하고 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그는 66경기에서 23도루를 성공시켰다. 비록 정수근(46도루)의 절반에 머물고 있지만 무명에서 갓 스타로 발돋움한 2년생의 기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타율에서도 0.345로 비록 장외이긴 하지만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그는 최근 모 스포츠전문지가 실시한 신인왕 여론조사에서 김태균과 삼성 박한이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들 3명의 ‘장외 타격왕’이 풀시즌을 뛰게 될 내년 시즌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