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패배할 수 있다. 굴욕이다. 하지만 어떻게 지느냐 하는 문제는 다르다. 나름의 신념과 원칙을 지키며 패배한 자에 대하여 우리는 충분히 관대할 수 있다. 특히 스포츠라면 승리의 영광 못지않게 패배의 미학은 소중하다.
케빈 코스트너라면 ‘보디가드’ ‘JFK’ ‘D-13’ 등에서 클린턴 시대의 미국 영웅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유명하지만 ‘꿈의 구장’ ‘열아홉번째 남자’ 등의 스포츠 영화로도 꽤 능란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다. 가느다란 눈매와 비음섞인 목소리가 흠결이지만 때로는 그것마저도 실패한 인생의 한 면모로 되살려 꾸준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가 골프 영화 ‘틴 컵’을 찍은 후 가진 인터뷰의 한마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가 잘못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주인공은 그렇지 않았다. 설령 지더라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지고 싶어했다”. 야구장에서 인생을 배웠다며 유년기를 회상하는 케빈 코스트너다운 인터뷰다.
영화 ‘틴 컵’은 그런 영화다. 변칙 플레이로 매번 프로 입문 시험에서 탈락하는 주인공. 급기야 텍사스 촌구석의 골프 클럽 레슨 프로로 전락한 그에게 여의사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는 헐리우드 로맨스. 여의사의 애인은 주인공의 대학시절 라이벌이었던 프로 골퍼. 주인공의 도덕심을 앙양하기 위해 프로 골퍼는 비인간적인 선수가 된다. 여의사와의 옥신각신 애정 다툼 끝에 US오픈에 출전하는 주인공. 그러나 막판에 그는 또한번 자신의 방식대로 패배한다. US 오픈의 권위에 걸맞는 유명 골퍼들이 우정출연한 시원한 영화지만 ‘마이 웨이’를 걸어가는 패배자의 뒷모습이 인상깊다.
정윤수/스포츠문화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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