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희주부의 처녀몸매 되찾기]러닝머신서 '뛰고 또 뛰고'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37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나, 둘, 셋….”

‘살과의 전쟁’에 나선 지 2주째. 난생 처음 찾아간 헬스클럽에서 너무 과욕을 부린 탓일까. 살이 ‘쫙쫙’ 빠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죽을 힘을 다해 러닝머신을 밟고 있던 나를 지켜보던 또래의 한 주부가 “그러다 병난다”며 운동 요령을 자세히 알려줬다.

출산 뒤 퍼진 몸매로 고민하다 지난해부터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녀는 아가씨 못지 않은 날씬한 허리를 갖고 있어 부럽기만 했다.

학창시절부터 운동과 ‘담’을 쌓은 내게 헬스클럽은 낯선 장소였다. 한참을 망설이다 고정식 자전거에 올라가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얼굴은 온통 땀 범벅이 되고 호흡도 가빠왔지만 입술을 깨물고 20분을 채웠다.

다음은 ‘살빼기의 첩경’이라는 달리기 차례. 잔뜩 긴장하고 러닝머신에 오른 뒤 심호흡을 했다. 이후 거울을 보면서 조금씩 속도를 올려가며 20여분을 달렸다. 간혹 곁눈질로 본 옆 사람의 속도를 따라 잡으려다 넘어질뻔한 적도 수차례.

처음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아 지루했지만 흥겨운 음악에 맞춰 뛰거나 걷다 보니 시간이 금새 흘렀다.

그러나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는 순간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리에 쥐가 나고 몸도 휘청거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현기증까지 겹쳤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며 점차 달리는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땀 흘린 결과는 역시 달랐다. 운동 시작 일주일 뒤 체중계에 올라 1.2㎏이 빠진 것을 확인하자 뛸 듯이 기뻤다. 가족들도 “얼굴이 홀쭉해졌다”며 적잖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여세를 몰아 다음주에는 스쿼시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전문의 진단/달리기 속보 등 유산소운동 20분이상 해야▼

권씨는 지난 한주 동안 추가로 1.2㎏의 몸무게를 줄였다. 이 전에 한주 동안 2㎏을 뺀 것에 비하면 수치는 작지만 내용면에서는 성공적인 체중 감량으로 볼 수 있다.

지방과 근육이 7대 3 비율로 줄어들어 이상적인 체중 감량의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비만 치료의 핵심은 몇 ㎏을 줄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체지방이 얼마나 감소했는가에 달려있다.

이런 성과는 권씨가 꾸준히 운동을 한 결과다. 식사 조절과 적절한 운동이 결합될 때 살빼기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매주 3회씩 한번에 30분 정도의 가벼운 달리기가 적당하다. 운동을 하지 않는 날에는 가족과 함께 집 근처를 1시간 정도 산책하는 것도 좋다.

단기간에 살을 빼겠다고 과욕을 부리는 것은 절대 금물. 무리하면 오히려 관절을 손상하거나 신체 균형이 깨지면서 체중 조절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최소한 1∼2주간은 적응 단계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요령이다.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밥 한공기의 열량인 300㎉를 소모하려면 45분간 달리거나 1시간반 이상 걸어야 한다.

그러나 운동은 단순히 열량을 소모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운동을 하게 되면 쓸데없는 ‘살의 주범’인 지방의 체내 합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므로 남아도는 열량이 있더라도 살로 갈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운동은 무엇일까. 대개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식후 1∼2시간 뒤 에 시작해 15∼20분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의치 않을 경우 매일 30분 정도 산소를 충분히 들이마실 수 있다면 어떤 운동이라도 상관없다.

송재철(포천중문의대 분당 차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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