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무엇에 홀린 듯한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2월까지 5986개의 교실을 지으려고 운동장, 테니스장, 화단을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一’자 건물이 안 되면 ‘ㄱ’자로라도 지을 태세다. 전국 시도교육청 시설과장들은 ‘목표 달성’ 결의문까지 냈다. 개발독재시대의 ‘고지 점령 작전’을 보는 듯하다.
교원 증원도 여의치 않아 초등학교에서 5000여명의 ‘땜질 강사’를 채용할 판이다. 숫자만 채우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백년대계인 교육 분야에서 ‘밀어붙이기 후유증’을 잘 아는 교육부지만 누구 하나 제동을 걸 수 없는 분위기다.
“교육환경 악화, 부실공사 등 부메랑이 곧 돌아올 텐데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잘못을 눈감고 웃분 눈치나 살펴야 하다니….”
교육부 간부들은 걱정하면서도 “왜 서두르느냐”는 질문엔 약속한 듯 “노 코멘트. 나에게 묻지 마라”고 대답한다.
국무위원 전원이 사표를 낸 4일 교육부총리 비서실이 “(부총리의) 심기가 불편하실 것”이라며 결재나 면담을 물리친 것도 눈치보기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만난을 무릅쓰고 교육개혁을 반드시 성취하겠다”고 천명할 정도로 ‘교육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련의 교육개혁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원 정년 단축 정책은 초등교사 부족사태를 불러와 퇴직 교사를 재채용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 ‘소극(笑劇)’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노’라고 말하는 이가 없고 ‘브레이크’ 없는 백년대계의 결과가 어떨지는 자명한 이치다.
이인철<이슈부>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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