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동산투자 미끼 유사금융 '활개'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31분


주부 K씨는 올 초 ‘부동산투자회사’로 이름을 내건 P토털시스템에 돈을 맡겼다가 낭패를 당했다. 투자한 돈으로 법원 경매물건을 취득, 이를 되팔아 남는 수익금으로 투자금의 20%를 이자로 지급하겠다는 말에 솔깃해 거액을 맡겼던 것. 여기에다 “투자자를 모아올 경우 투자금의 10% 이상을 리베이트로 지급하고 월급까지 매월 지급하겠다”는 말에 넘어가 K씨가 모아온 투자자만 9명. 이들은 5일에 한번씩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하다가 한달여만에 사무실을 폐쇄하고 달아났다. K씨를 포함한 10명이 원금만 1억5000만원을 날렸고 그는 현재 P사 관계자들을 사기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초저금리로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투자를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잠적하는 이른바 ‘떴다방’식 부동산 관련 유사금융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월에만 부동산투자와 관련된 사이비금융업체 5곳을 검찰에 통보했으며 8월 들어서는 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10여개 업체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수사를 의뢰했다.

▽다양한 수법과 특징〓금감원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유사금융업체들은 대부분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달아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또 목돈을 투자하면 이를 매일 또는 며칠 단위로 나눠 이자를 지급한다. 이밖에 온천이나 납골당 등 근거가 없는 개발 루머를 미끼로 신문 광고를 내거나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남는 이익을 배분해주겠다고 속이는 형태까지 등장했다.

최근 금감원에 신고가 접수된 S리츠의 경우 투자를 하면 월 2∼5%의 확정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시에 원금을 보장해준다고 속였다. 이 회사는 특히 “리츠회사에 대한 건설교통부의 인가가 나면 코스닥 등록 또는 거래소 상장을 하기 때문에 최소한 5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며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1만7000원에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K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경우 “금융기관이 매각하는 부실채권을 사들여 이를 제3자에게 되팔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저당권채권 신청금 증서’를 나눠주고 투자금을 모집했다.

이밖에 S타운의 경우 대규모 종합레저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주식 교부증을 담보로 제공하고 투자금을 모집했다. 특히 3개월 동안 매월 18%의 이자를 5일에 한번씩 지급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뒤 40, 50대 주부들을 통한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피해를 예방하려면〓금감원은 저금리추세로 부동산 투자를 미끼로 한 불법자금모집행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손해를 봤을 경우 정부에서 원금 지급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우선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을 제시하거나 원금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면 일단 의심하라고 강조한다. 또 △해당 회사가 건교부나 금감원에 등록된 회사인지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의 제도권 금융기관조회 코너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신문 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회사 실체를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개발 루머 등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사이비금융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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