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아이 숙제가 왜 학원의 일이 됐을까요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34분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보면 초등학생들의 숙제가 학부모의 숙제가 되고 이는 다시 학원에서 처리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학교 숙제는 학생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됐다.

방학이 되면 초등학교에서 방학과제로 내준 미술숙제 때문에 학원은 비상이 걸린다. 학부모들은 방학 과제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아이 숙제’는 곧 ‘엄마의 숙제’이기 때문에 부득불 학원에 보낸다는 것이다.

미술숙제를 해주고 나면 학부모들의 성화도 무시할 수 없다. 학원에서 만들어온 과제가 너무 어른이 손을 댄 흔적이 많다며 조금 더 아이가 만든 것처럼 해달라는 어머니, 다른 아이보다 잘 해가야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어머니들 때문에 대다수 학원 선생님들은 고민이 많다. 물론 아이가 미술을 너무 좋아해서 학원에 보내고 아이의 과제물을 스스로 해결하게 해달라는 학부모도 더러 있다.

이 같은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부분적으로는 공교육으로 인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방학이 끝나면 많은 학교에서 방학 과제물을 전시해 상을 주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잘 만들어진 과제물이 전시용으로 근사할지는 몰라도 학교는 무엇이 정말 바른 교육인지 생각하고 숙제를 냈으면 한다.

교육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이 같은 현실을 체험하면 사교육 일선에 몸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배 수 정(대전 서구 탄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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