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로 표현된 선은 ‘꽃잎’이나 ‘나뭇잎’ 등의 작품에서 꽃잎과 나뭇잎 등 ‘생명’을 재현해 낸다. 또 철사줄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공간들은 작품이 설치된 장소의 공기와 색채를 머금고 있어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고, 그 뒷면에 어른거리는 실루엣은 더욱 정감을 자아낸다. 이리저리 엉키어 있는 철사줄로 만들어, 있는 듯 없는 듯 한 게 그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이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기는 것은 꽃잎, 나뭇잎, 항아리 같은 친숙한 자연의 이미지들이 주는 편안함과, 철사줄 구리줄과 같은 재료의 이질성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정광호의 독창성이 느껴진다.
정광호는 지난 6월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 처음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진에 가까운 성과(9점 중 7점 판매)를 올리면서 유럽 화상들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어 독일 뮌헨의 유명한 토마스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제의 받기도 했으며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에도 참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에 동양 특유의 냄새가 한없이 풍기기 때문이다. 충청도 특유의 느릿하면서도 어눌한 말투를 지닌 그가 철공소 같은 작업실에서 묵묵히 철사 줄을 자르고 휘고 용접해서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힘든 작업을 통해 탄생시킨 우아한 형태의 작품은 그 자체가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모순이 전시장에서 탐미적 으로 바뀌는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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