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은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특히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에는 가장 적합한 미래형 청정산업이다. 문화상품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2차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중국, 몽골, 동남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열풍은 한국 문화산업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산업의 예를 보자. 세계 영화시장의 규모는 630억달러(약 75조6000억원)로 이중 85%를 미국이 점유하고 있다. 영화산업은 미국에서 무기산업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거대산업이다. 반면 한국의 영화 내수시장은 2700억원 정도에 불과해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캐릭터 등의 분야에 창구효과(window effect)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시장보다 더 큰 2622억달러(약 315조원) 규모의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한국은 세계 3위의 애니메이션 생산국의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하청제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문화산업의 내수시장은 통계자료조차 미비한 상태지만 성장 잠재력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소규모 국내시장만 바라볼 수는 없으며 거대한 세계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영화사상 최대의 흥행기록을 세운 ‘쉬리’와 그 기록을 깨뜨린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등을 통하여 가능성은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영화와 같은 응용예술 문화산업 중심의 발전만으로는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응용예술 문화산업의 시나리오와 콘텐츠는 미술, 음악, 연극, 문화유산 등 순수예술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단순한 이미지 합성이나 컴퓨터 조작에 의하여 독창적인 응용예술 상품은 만들어질 수 없다. 순수예술의 기반 위에서 응용예술은 발전할 수 있고 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다.
미국의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위시한 다양한 문화공간이나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 등 순수예술 영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문화대국, 문화산업 수출국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순수와 응용 두 영역이 상생·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면 한국은 세계 문화상품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과 문화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이 영 두(동주대 교수·예술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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