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US오픈에서 19세의 어린 나이로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활짝 받았던 피트 샘프러스(30·미국).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최다인 13차례나 정상을 밟은 그였지만 30줄에 들어선 나이 만큼은 속일 수 없었다.
10일 뉴욕 플러싱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에서 막을 내린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US오픈 남자단식 결승. 최근 17개 대회에서 단 1승도 못 올렸던 샘프러스는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호주의 샛별 레이튼 휴위트(20)에게 0-3(6-7, 1-6, 1-6)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샘프러스는 대회 통산 최다승 타이인 5승 달성에 실패했으며 92년 이후 해마다 한 개 이상의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으나 올해에는 무관으로 시즌을 접었다. 특히 사상 최연소로 우승했던 이 대회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기에 허탈함은 더욱 커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
반면 ‘뜨는 별’ 휴위트는 ‘지는 해’ 샘프러스의 긴 그림자를 밟고 화려한 스타 탄생을 알렸다. 샘프러스 이후 가장 어린 나이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것. 우승상금은 85만달러. 샘프러스는 “휴위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랐으며 내가 그랬듯 앞으로 10년은 그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호주 애들레이드 태생인 휴위트는 주니어 시절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언제나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을 눌렀고 17세 때인 98년 프로에 뛰어들었다. 1m80, 65㎏으로 뛰어난 체격조건은 아니지만 스피드를 앞세운 스트로크가 위력적이며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두둑한 자신감이 강점.벨기에 테니스선수인 킴 클리스터스가 여자 친구로 대회 때마다 서로 응원을 해주고 늘 붙어 다녀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번 대회 때도 손까지 잡고 돌아다녔고 결승이 끝난 뒤에는 둘이 키스까지 하며 뜨거운 애정을 과시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