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아벨은 결혼 첫 해 아내와 함께 숲으로 피크닉을 나왔다가 폭풍우를 만나 조난당한다. 눈을 떠보니 무인도. 목놓아 구조요청을 해봐도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다. 이건 최악의 상황이다. 고독이 뼈 속까지 파고든다.
아벨은 마지막 순간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아내의 스카프를 부여잡고 한참을 목놓아 운다. 비바람에 씻겼어도 여전히 배어있는 아내의 향기. 흐읍. 스카프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빨아들일 때마다 느껴지는 아내의 살냄새. 아벨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가족도 친구도, 서재에 가득 꽂혀있던 책도, 편하게 몸을 누일 수 있었던 푹신푹신한 소파도 없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아벨은 이내 살아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키 높은 자작나무에 올라가 섬을 빙 둘러본다. 흠, 그리 넓은 섬은 아니군. 위쪽으로는 폭포와 강이 보였다. 그러나 역시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저 강을 건너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방법이 없다. 세차례나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너봤지만 거센 물살을 당해낼 수 없었다. 커다란 개오동 나뭇잎 두 개를 날개 삼아 높은 자작나무에서 뛰어내려보지만 그것도 역시 소용없기는 마찬가지다.
아벨은 점차 섬 내부의 생활에 눈길을 돌린다. 높다란 자작나무, 하늘에 떠있는 자기만의 별, 섬 곳곳에 널려있는 도토리와 호도…. 자연과 친구가 되자 아벨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아벨은 더 이상 날짜 가는 것을 셈하지 않았다.
그리고 삶을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온 세상이 고요하고 느릿느릿 변하는 듯 했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일들이 분주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1년여에 걸친 무인도 생활이 생쥐 한 마리의 삶을 참으로 놀랍도록 변화시킨 이 이야기는단지 역경이 인간을 얼마나 단련시키는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을 ‘독대’하고, 그런 자신의 참모습을 보듬어줌으로써 삶을 완전하게 향유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 책은 교훈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훌륭한 작품이다. 세계적인 동화작가 윌리엄 스타이크가 뉴베리 영예상을 수상한 작품.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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