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신동엽 '웃음의 전도사로, 희망의 메신저로'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42분


개그맨들은 보통 사석에서 말이 없거나 무뚝뚝하다. 하지만 신동엽(31)은 다르다. 그의 현란한 ‘개그’는 사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방송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유머까지 총동원해 상대를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그의 유머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이처럼 ‘스타답지 않은’ 편안함과 친근함 때문이다.

신동엽이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오후 6·10)와 SBS ‘TV 동물농장’(일 오전 9·50), ‘두 남자쇼’(화 밤 10·55)가 그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

13일 경기 일산의 SBS 탄현 스튜디오에서 만난 신동엽은 동시에 세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기자와 마주치자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를 띠며 악수를 청해왔다.

▽내 인생을 바꾼 ‘러브 하우스’〓신동엽에게 가장 특별한 의미를 갖는 프로그램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러브 하우스’코너. ‘신장개업’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이 코너에서 그는 온갖 어려움에 찌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희망의 전령사’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가 소속 연예인들의 MBC 출연을 거부했을 때도 그는 출연을 강행했다. 자신이 펑크를 내면 어려운 사람들의 ‘러브 하우스’ 입주가 미뤄진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에 감동받은 연제협도 ‘신동엽은 예외’라며 출연을 허락했다.

그가‘러브 하우스’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신장개업’이 한창 세간의 화제가 되던 1999년 12월, 그는 대마초 흡입으로 구속되는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그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당시 녹화까지 끝내 놓았던 출연 예정자들이 신동엽의 구속 이후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바람에 실의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제 잘못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 가슴 아팠어요.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됐죠. ‘러브 하우스’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것도 그런 이유 입니다. 일주일에 사흘 이상을 지방에 내려가 있는 게 힘들지만 다들 좋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참 보람 있는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각본 없는 웃음과 감동을 주고 싶다〓‘러브 하우스’에서 신동엽의 역할은 분위기 메이커. 변장한 채 건설 현장을 다니며 웃음을 선사하는가 하면, 새 집을 바라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눈다.

신동엽은 이 프로그램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능수 능란하게 대처하는 순발력을 발휘해 시청자에게 매료시킨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서서히 근육이 마비되는 초등학생이 일어서려 애쓰는 장면이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가 하면, “꼬질 꼬질한 부엌과 천장이 무너질 듯한 안방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라는 신동엽의 멘트에 이어 깔끔하게 변한 집안이 공개되면서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주말 오락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의 드라마. 바로 ‘러브 하우스’의 매력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웃음과 눈물을 함께 버무린다.

▽‘러브 하우스’ 뒷이야기〓신동엽은 ‘러브 하우스’의 일등공신이면서도 그 공을 ‘일밤’ 스태프 진에게 돌렸다. 사전 답사, 열흘 간의 촬영과 편집을 맡느라 ‘가정을 버린’ 담당 PD와 구성작가가 있었기에 프로그램이 빛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동엽은 집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후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꼼꼼히 점검한다. 새로 지은 집의 유지비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지, 빗물이 새는 곳은 없는지를 거듭 확인한다. 물밑 작업을 통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세들어 사는 집 주인에게 ‘10년 이상 살도록 배려한다’는 약속도 받아낸다.

▽콩트가 하고 싶다〓진행자로 인기를 얻는 그이지만 역시 본업은 개그맨. 91년 SBS에 특채돼 ‘웃으면 좋아요’에서 “안녕하시렵니까? 제가 여기 앉아도 되시렵니까? 하늘땅 별땅 각개 별땅!”을 외치던 그의 ‘엉뚱한 개그’는 단연 화제였다.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의 빅히트도 그의 현란한 애드리브 덕분이었다.

최근 신동엽은 KBS 2TV ‘개그 콘서트’를 보면서 코미디에 대한 강한 의욕을 느끼고 있다.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해 매일 밤을 새면서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을 하며 톡톡 튀는 웃음을 만들며 즐거워했던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쯤 마음 맞는 선후배와 치열하게 고민하고 완벽하게 준비한 콩트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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