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前국장 "배후 빈 라덴 아닌 사담 후세인?"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31분


미국 테러사건의 배후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지목하는 발언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 주간지 ‘뉴 리퍼블릭’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가 오사마 빈 라덴이 아닌 후세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울시 전 국장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발 테러 당시 후세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포착됐으나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이를 묵살하고 빈 라덴의 소행으로 몰고 갔다”면서 “당시 수사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는 바람에 이번에도 빈 란덴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당시 테러범으로 붙잡힌 람지 유세프는 빈 라덴을 추종하는 파키스탄인으로 조사됐지만 여러 가지 정황증거상 그가 압둘 바지트라는 이라크 비밀정보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연방수사국(FBI)은 처음에 이라크를 배후로 의심했으나 클린턴 행정부와 검찰이 빈 라덴의 소행으로 몰아갔다”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번 사건 수사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딕 체니 미 부통령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6일 이번 사건에 이라크가 연계됐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15일 이라크 국영TV를 통해 방영된 ‘미국과 서방 국민, 정부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은 결코 정상적이거나 작은 일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엔 힘이 아니라 상식이 요구된다”며 미국의 군사적 보복 자제를 권고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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