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 참석 학자들은 미리 제출한 발표문을 통해 99년의 한일어업협정은 한국의 배타적인 독도 영유권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므로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독도 영유권과 신 한일어업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발표하는 김명기 교수(명지대)는 정부가 어업협정을 수용한 것은 독도 영유권에 관해 한일간에 ‘분쟁’이 있음을 ‘묵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제법상 분쟁이란 양자가 1대1의 대등한 지위를 갖는 것. 99년 어업협정 이전까지 정부의 입장은 독도 영유권은 우리의 배타적인 권리로 일본과의 분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그간 정부측 설명은 “한일어업협정은 단지 어업에 관한 사항만을 다룬 것이지 국제법상의 영유권 문제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해 중간수역 문제와 신 한일어업협정개정의 방향’을 발표하는 이장희 교수(한국외국어대)는 “어업협정에서 ‘중간수역’으로 표현된 특정수역에 독도를 포함시켰는데 이는 한일 양국 어느 쪽도 해당지역에서의 어업에 대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실질적인 의미의 ‘공동관리수역’일 뿐”이라고 해석한다.
특정수역이란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중첩되는 곳으로 한국측은 99년 어업협정에서 동해와 제주도 남부 두 곳에 ‘중간수역’이라는 이름의 특정수역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어업협정 규정대로 해양생물자원의 보존과 관리를 이유로 독도에 진입해올 경우 한국으로서는 협정상 이를 배제할 어떤 권리도 없다는 것.
명지대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지금까지는 독도가 울릉도의 속도(屬島)라는 논리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지만, 99년의 어업협정에서는 독도가 배타적 경제수역인 울릉도와 달리 중간수역에 속해 이마저도 주장할 수 없게됐다고 비판한다. 발표자들은 한일어업협정에서 최소한 영유권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만큼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독도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재미동포 기업가 양삼영씨(79)의 기금으로 성사됐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양씨는 90년 미국에 건너가기 이전까지 일본에서 사업을 해 큰 돈을 벌었다.
일제시대 동아일보에서 견습생으로 일한 적이 있는 양씨는 2000년3월 동아꿈나무재단에 장학금 100만달러(당시 약 11억원)를 기탁하며 이중 일부를 독도문제 연구사업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특히 일본측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참을 수 없었다는 것. 양씨의 기금을 운영하는 동아꿈나무재단은 독도 문제 연구발표를 위해 사단법인 독도연구보존협회에 매년 1500만원씩 3년간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번이 그 첫 심포지엄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