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사상 최초의 투수 2000만달러 연봉 계약을 노리던 박찬호(28·LA다저스)가 ‘위기의 남자’로 전락했다.
18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 홈경기. 미국 테러사태로 일주일여의 휴식을 취한 박찬호는 말끔하게 수염을 깎고 경기 전 이례적으로 타격훈련을 하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막상 마운드에 서자 어이없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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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중간계투라곤 해도 1-1로 팽팽하게 맞선 7회초 에이스인 케빈 브라운에 이은 두 번째 등판. 박찬호로선 결코 기분 나쁜 등판은 아니었다. 짐 트레이스 감독은 경기전 기자들을 만나 “21일 애리조나전 선발 예정인 박찬호를 오늘 경기에 한해 필요할 경우 원포인트로 투입할 수 있다”고 미리 밝혔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선두 리키 헨더슨에 볼넷, 댄젤로 지메네스에게 우월 2루타, 레이 랭포드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자초한 박찬호는 4번 필 네빈에게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를 맞았고 버바 트레멜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물러났다. 샌디에이고는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다저스의 세 번째 투수 에릭 개그니로부터 2타자가 연속 희생플라이를 날려 단 1개의 아웃 카운트도 못잡은 박찬호의 실점은 4점으로 불어났다.
결국 다저스는 4-6으로 져 서부지구 선두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승차는 4경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순위에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2경기차로 벌어졌다. 전반기 무적의 위용을 자랑하던 박찬호는 13승11패에 평균자책 3.41이란 평범한 성적표를 안게 됐다.
1승이 목마른 트레이시 감독은 이날 지고 있는 경기에 마무리 제프 쇼를 투입했고 “브라운을 사흘 휴식 뒤인 22일 애리조나전에 다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오프 더 레코드’임을 전제로 트레이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구단의 선수단 운영에 강한 불만을 노출했다.
한편 애리조나의 김병현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를 퍼펙트로 막고 팀의 7-3 승리를 지켰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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