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문학과 정치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32분


우리나라 작가들 중 이문열(李文烈)씨만큼 사회적 현안에 대해 활발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드물다. 그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한 말씀 해달라’는 주문에 거의 사양하는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는 늘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용기 있는 소리를 했다는 것이고, 하나는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이나 보수층의 논리만을 대변한다는 얘기도 듣는다.

▷얼마 전 곡학아세(曲學阿世) 논쟁도 바로 그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의 신문 칼럼을 썼다가 한쪽에서는 호응을 받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식을 팔아 아양 떠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는 지식인들 사이의 편가르기 양상으로 비화됐다. 이번에는 국회문화관광위원장인 민주당 최재승(崔在昇) 의원이 한국문예진흥원의 ‘통일문학전집’ 발간 작업과 관련해 이씨에 대한 자격시비를 벌여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최 의원은 문예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서면질의를 통해 “개혁을 방해하고 민주화를 가로막으며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곡필을 일삼는 작가의 작품이 통일문학전집에 수록될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작가가 작품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 것은 어쩌면 일제강점기를 거쳐 분단상황을 겪고 있는 우리의 시대적 아픔인지도 모른다. 이광수(李光洙)가 그렇고 서정주(徐廷柱)가 그렇다.

▷100권 규모인 ‘통일문학전집’ 발간 작업은 통일을 지향하는 작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대표작가의 작품을 선정해 수록하는 것이다. 전집 기획위원들도 시대를 문학적으로 증언하고 남북한의 이질성을 극복하려는 작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시대의 대표작가 중 한사람인 이씨의 작품을 정치적인 이유로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정권에 쓴소리를 하는 문인이나 지식인에 ‘반통일’이니 ‘반개혁’이니 하는 딱지를 붙여 이들의 비판적인 발언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치 잣대로 문학을 재는 것은 문학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문인들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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