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이 10월 25일 서울 구로을 재선거의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자 문화관광부 안팎에서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오는 비판이다. 특히 후임 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남궁진(南宮鎭) 전 대통령정무수석 역시 내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남궁 전 수석이 출마에 앞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가신 출신이라는 경력을 ‘세탁’하기 위해 문화부장관으로 온다는 얘기다.
남궁 전 수석이 장관을 거쳐 출마한다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겨우 반년 남짓이다. 그리고 2003년 초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1년도 못돼 또다시 장관이 바뀔 수밖에 없다.
현 정권 들어 문화부장관을 거친 신낙균(申樂均) 의원,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과 김한길 장관은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소설가인 김 장관이 그나마 문화와 관련이 있을 뿐 전직 장관 두 사람은 문화와는 무관하다. 남궁 전 수석 역시 문화에 문외한이기는 마찬가지다.
문화 분야 비전문가의 잇단 장관 기용에 대해 문화부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국장급 인사는 “최근 들어 행정고시 출신 젊은 공무원들이 문화부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식으로 장관 인사를 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체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문화부에는 새 국립중앙박물관 신축공사 마무리, 디지털 문화콘텐츠 확보, 2002년 월드컵개최 등 수많은 현안이 쌓여 있다. 특히 현 정부는 새 중앙박물관 앞 미군 헬기장 이전 문제를 3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부적격 장관 임명으로 직원들이 업무 의욕을 잃는다면 현안 해결이 늦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 대통령은 ‘문화대통령’을 자임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문화 분야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해 왔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광표<문화부>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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