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테러가 일어난 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증시 등에 유입된 국제투자자금이 일부 유출되고 미국 주가가 급락해 미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자 미국 정부는 물론 기업에서도 ‘강한 달러’를 지지하고 나섰다.
폴 오닐 미국 재무부장관은 17일 “강한 달러가 미국에 좋다는 얘기 외에는 달러 정책에 대해 할말이 없다”며 “강한 달러 정책을 계속 시행할 것이며 미국 경제는 대형 테러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닐 장관은 취임초 산업계의 강한 반대 여론에 밀려 일시적으로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자 다시 강한 달러를 강조하고 나선 것.
눈길을 끄는 것은 달러강세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강한 달러 정책 지지로 선회한 것. 그동안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하도록 강하게 요구해 오던 전미제조업협회(NAM) 제리 자니소브스키 회장은 이날 “우리는 당분간 달러에 압박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NAM은 최근까지만 해도 달러화 강세로 인해 1만2500여개 회원사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달러화 가치의 지나친 고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해 왔다.
NAM이 이처럼 돌아선 것은 테러로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달러가 약해질 경우 미국의 금융시장이 급속히 취약해진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할 경우 해외 투자자의 이탈과 금리 상승, 주가 폭락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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