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암소에게 배울게 더 많다 '아름다운 이야기'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2분


‘아름다운 이야기’/제임스 헤리엇 지음/350쪽 7900원 웅진닷컴

동물도 수치감이나 질투, 희망, 사랑이나 분노, 심지어 연민까지 느낀다는 것은 이제 제법 알려진 일에 속한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농촌 들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수의사의 동물체험으로 가득찬 이 책보다 동물의 고등감정을 더 잘 실감나게 해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제임스 해리엇(James Harriot·1916∼1995)은 병든 동물들을 만나러 요크셔 초원의 농가를 때없이 불려다닐 때, 읽는 이들도 60년 전의 다른 나라 초원을 그와 동행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런 동시체험은 저자의 뛰어난 문재(文才)도 그렇지만, 동물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그의 체험에 깔려있는 진실의 힘, 생명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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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해리엇은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이래 2차대전 때 공군으로 복무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79세로 임종하기까지 평생을 요크셔 초원의 시골 수의사로 일관한다.

그의 평생은 암에 걸린 들고양이, 발정난 암소, 상상임신한 암퇘지, 유방을 밟히고 자궁이 삐져나온 암소, 쐐기풀 발진에 걸린 망아지, 천연두에 걸린 암소, 감기 걸린 망아지, 구제역에 걸린 소들을 만나는 일로 가득 채워진다. 암소의 자궁을 되집어넣으며, 망치로 망아지의 이빨을 뽑으며, 그는 ‘백과사전보다 암소의 자궁에서 더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웅변한다.

그 배움은 생명사랑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인지 세상은 이 책을 고전으로도 일컫고, ‘다만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책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미증유의 광우병 소동을 겪지 않고 동물들과 행복한 우정을 나누다 마감한 저자의 일생은 얼마나 행복한지 부러울 지경이다.

최 성 각(소설가·풀꽃세상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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