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7층 안과 병동. 70∼80년대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신현호씨(숭실대 축구부 감독)의 어머니 김보천씨(72)는 20일 왼쪽 눈에 생긴 녹내장과 백내장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제주도에서 전지훈련 중인 신씨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했다.
김씨는 2년 전 오른 쪽 눈 백내장을 수술한 뒤 계속 병원에 다니면서 눈검사를 받아 왔다. 1년 전부터 갑자기 왼쪽 눈이 희미하게 보여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급하지 않은 것 같아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7월 초 오랜 만에 병원을 찾았다.
검사한 의사는 “왼쪽 눈에 압력이 높아 녹내장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김씨는 한달 동안 여러 병원을 돌아 다녔지만 진단은 마찬가지였다. 점점 안압이 높아지자 결국 8월 중순 수술을 결심했고 16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귀쪽에 부분마취를 하고 점안약을 눈에 넣어 눈동자를 크게 한 다음 한 시간 정도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녹내장과 백내장을 한꺼번에 수술해 며칠이 지나면 밝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격이 쾌활한 김씨는 퇴원을 앞두고 아들에게 전화로 외쳤다.
“현호야, 수술 잘 끝냈으니 걱정말고 제주도에서 훈련 잘 마쳐.”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주치의 한마디▼
녹내장은 여러가지 원인으로 안압이 증가해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으로 심하면 실명한다. 녹내장은 40세 이상 성인들 중 1∼2%에서 발견된다.
녹내장과 백내장은 고령층에 많으므로 자연히 노령에는 두가지 병이 함께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녹내장이 백내장을 일으키거나 백내장이 녹내장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이 환자는 왼 눈에 백내장이 있었지만 예전에 오른 눈에 생긴 백내장을 수술받아 일상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왼 눈에 생긴 백내장 검사를 위해 다시 안과를 방문한 후 뜻밖에 안압이 높고 시각신경이 손상된 녹내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었다.
이처럼 녹내장은 환자의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안과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녹내장의 경우 안압하강제 같은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별 효과가 없을 땐 녹내장 수술을 받는다.
이 환자도 약물효과가 없어 녹내장 수술이 필요했고 백내장도 있어 두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두 병을 한꺼번에 치료하면 환자에겐 한번에 수술을 끝낼 수가 있어 좋지만 회복기간이 다소 길어지며 성공률도 70∼80%로 한 가지 수술인 경우의 85%보다 낮다.
녹내장이 안압하강제로 쉽게 조절이 된다면 백내장 수술만 하면 된다.
녹내장 상태가 심한 경우에는 녹내장 수술을 먼저 받고 어느 정도 회복한 후에 백내장 수술을 받기도 한다.
안병헌(성균관 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2000년 동아일보 선정 베스트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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