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검찰총장, 동생 잘못에 도덕적 책임 못느끼나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31분


현직 검찰총장의 동생이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신승남 총장은 “동생과는 지난 10년 가까이 교분이 끊겨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우리 정서상 과연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새겨볼 일이다. 물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그의 주장은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는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인척을 엄격히 관리할 도덕적 책무가 의당 있게 마련이다.

진수가 찬술한 삼국지 촉서 미축전에는 미축의 아우 미방이 모반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 모반으로 관우가 패하고 목숨까지 잃자, 형인 미축은 스스로를 결박하고 처벌을 청했다. 그러나 유비는 “형제의 죄는 서로 연루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처음처럼 정중하게 대했다. 그러자 미축은 더욱 부끄러워하고 노여워하다가 병이 나 1년여 만에 죽었다고 한다.

이 대목은 동생의 잘못에 대해 관대하게 용서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형은 부끄러워하고 울분을 이기지 못하다가 명을 단축해 버린 결말이 인구에 회자될 만하기에 역사의 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동생의 잘못에 대해 사회 도덕적 책임을 언급하기는 고사하고 동생과의 관계를 애써 변명하는 형의 모양새와, 양심의 가책을 스스로 채찍질했던 자세는 대비되는 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 묵(부산 해운대구 좌동)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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