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가 찬술한 삼국지 촉서 미축전에는 미축의 아우 미방이 모반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 모반으로 관우가 패하고 목숨까지 잃자, 형인 미축은 스스로를 결박하고 처벌을 청했다. 그러나 유비는 “형제의 죄는 서로 연루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처음처럼 정중하게 대했다. 그러자 미축은 더욱 부끄러워하고 노여워하다가 병이 나 1년여 만에 죽었다고 한다.
이 대목은 동생의 잘못에 대해 관대하게 용서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형은 부끄러워하고 울분을 이기지 못하다가 명을 단축해 버린 결말이 인구에 회자될 만하기에 역사의 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동생의 잘못에 대해 사회 도덕적 책임을 언급하기는 고사하고 동생과의 관계를 애써 변명하는 형의 모양새와, 양심의 가책을 스스로 채찍질했던 자세는 대비되는 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 묵(부산 해운대구 좌동)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