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빅 콘서트' 풍년… 중장년 팬 설렌다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44분


10월 들어 중장년층을 위한 가수들의 ‘빅 콘서트’가 잇따라 열려 가을밤의 추억을 풍성하게 수놓을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초반 달콤한 사랑의 발라드로 각인된 호주의 그룹 ‘에어 서플라이’가 내한 공연을 펼치고 기품 있는 발라드의 여왕 패티 김이 전국 순회 공연을 갖는다. 포크의 원조 한대수가 32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갖는 것도 기념비적인 일. 송대관 현철 태진아 등 트로트 3인방의 무대는 장년층이 놓치기 아까운 이벤트이고, 김창완 양희은 장사익 등 서로 개성이 다른 중견 ‘노래꾼’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도 이색적이다.

#‘에어 서플라이’

‘에어 서플라이’의 내한 공연은 7년만의 일이다. 이들의 음악은 보컬 러셀 히치콕과 그레이엄 러셀의 유려한 화음, 매끄런 선율과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조화가 매력이다. 특히 4옥타브를 넘나드는 러셀 히치콕의 목소리는 변함 없이 매력적이다. 이들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전성기 시절인 1982년 첫 내한 공연을 가진 데 이어 이번이 네 번째 내한 무대이다. 내한 공연 때마다 표가 동나는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결성 25년을 맞은 ‘에어 서플라이’는 80년대 중반 짧은 공백이 있었으나 그 후 거의 2년마다 새 음반을 내고 있다. 올해도 ‘유어스 트룰리(Yours Truly)’를 발매했다. 레퍼토리는 ‘로스트 인 러브’ ‘히어 아이 엠’ ‘언체인드 멜로디’ ‘더 원’ 등으로 국내 중년층에게도 익숙한 노래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공연기획사 빈체로 측은 “이들의 무대는 먼지 쌓인 옛 일기장을 다시 들춰보는 기분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패티 김

패티 김은 늙지 않는다? 육순을 넘긴 나이에 20여일 만에 서울 춘천 등 전국 8개 도시를 순회 공연한다. 웬만한 젊은 가수들도 ‘목 관리상’ 엄두를 못내는 일정이다. 패티 김은 “건강한 목은 가수로서 자기 관리의 기본”이라며 “목이 약한 젊은 가수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한다.

대도시 순회 공연은 데뷔 42년 만에 처음 갖는 무대. 올 5월 한국여성단체연합 후원회 회장을 맡은 그는 공연 수익금을 모두 이 단체 기금으로 내놓는다.

공연에는 미국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둘째딸 카밀라 게디니가 출연해 모녀가 듀엣곡을 부른다. 레퍼토리는 ‘초우’ ‘이별’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못 잊어’ 등.

#한대수

32년 만에 처음으로 갖는 단독 콘서트. 한대수는 “마지막 무대일 것”이라고 말한다. 1969년 이화여대 강당의 콘서트에서 한국 포크의 횃불을 올린 그는 2000년까지 8장의 음반을 냈다.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 ‘고무신’ 등 히트곡은 군사정권 치하 젊음의 ‘희망가’였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삽입된 ‘하룻밤’, 영화 ‘신라의 달밤’ 속의 ‘멍든 마음 손에 들고’는 그의 서사적 메시지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시그널이다.

한대수의 히트곡 퍼레이드에 이어 행위예술가 무세중의 퍼포먼스와 ‘몽골리언 퍼포먼스 그룹’의 공연 등이 크로스오버 무대를 펼치면서 한대수의 평범하지 않았던 삶을 재조명한다.

#삼색 환상곡-김창완 양희은 장사익

이들 세 가수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공연 기획이 돋보인다. 동화와 격렬한 록의 세계를 동시에 지닌 김창완, 은근한 울림으로 인생의 깊이를 가늠하는 양희은, 한국 고유의 장단과 애잔한 정서를 가요에 접목시킨 소리꾼 장사익 등 개성이 서로 다른 가수들의 ‘음악적 충돌’도 화제를 모은다.

공연 타이틀 ‘삼색 환상곡’은 어긋남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다. 양희은은 ‘세노야’ ‘한계령’ ‘내나이 마흔에는’을, 김창완은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떡해’ ‘청춘’을, 장사익은 ‘찔레꽃’ ‘국밥 집에서’ ‘반달’을 부른다. 세 가수가 함께 호흡을 맞출 노래는 아직 조율 중.

#송대관 현철 태진아

‘트로트 빅3’의 공연. 트로트 가수들이 서울 올림픽공원 잔디마당 같은 대형 무대(1만1000석)에서 공연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들은 설운도를 포함해 트로트 4인방으로 불리나 설운도는 개인 일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한다.

송대관 현철 태진아는 히트곡 외에 장발 파마머리 사투리 이색패션 등으로 ‘그때 그시절’의 풍경을 펼치면서 코미디쇼를 방불케 할 계획. ‘네 박자’ ‘차표 한 장’ ‘봉선화 연정’ ‘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 봐’ ‘옥경이’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

<허엽기자>heo@donga.com

에어 서플라이

4일 오후 8시. 2만∼10만원.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99-5743,1588-7890

패티 김

7일오후7시(서울).4만,6만,8만원.

12일 7시반(춘천), 20일 7시(전주),23일 7시반(대전), 24일 7시반

(부산), 27일 7시(광주), 28일 7시(대구), 31일 7시반(포항)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783-0114,1588-7890

한대수

19일 오후 8시. 3만, 5만원.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02-552-9508,1588-7890

김창완 양희은장사익

5일 오후 7시반. 4만, 5만, 6만원.

서울 힐튼호텔컨벤션센터

02-7373-313,1588-7890.

송대관 현철 태진아

12일 오후 8시. 3만∼6만원.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02-501-5330,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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