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거의 움직이지 않는 체중계의 눈금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그동안 미뤄왔던 충치 치료를 위해 치과를 찾았다가 사랑니까지 뽑은 것이 화근이었다. 마취가 풀리자 몸살이 날 정도로 치료 부위가 아파 운동은 커녕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운동을 거의 못하게 되자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달 넘게 꾸준히 해오던 운동이 중단되면서 예전에 없던 변비 증세까지 나타났다. 화장실을 찾는 횟수가 증가했고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다이어트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줄게 되면 대개 변비 증세가 나타나는데 충분한 운동이 따르지 않을 경우 그 증세가 더 심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며칠간 각종 야채와 미역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자 증세가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몸은 힘들지만 매일 10분씩 집 안에서 맨손체조라도 하려고 노력했다. 복부 비만의 경우 변비에 더 잘 걸리므로 규칙적인 운동으로 배의 체지방을 줄이는 부단한 노력이 필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나 나처럼 요통 증세가 있는 경우 윗몸 일으키기 등 격렬한 운동은 무리였다. 따라서 가급적 허리에 부담이 적은 가벼운 운동이 필요했다.
다리를 펴고 뒤로 천천히 누웠다가 두 손으로 허벅지를 잡고 앞으로 천천히 일어나 앉는 운동을 하루 20∼30분씩 반복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으므로 주로 저녁 시간대에 TV를 보면서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또 집안 곳곳에 운동 요령과 운동량을 기록한 ‘체크리스트’를 붙여놓고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전문의 진단/변비엔 야채-다시마 불린 물 좋아
권씨는 지난 한 주간 추가로 500g을 감량했다.
이는 당초 목표인 ‘1㎏’의 절반 수준이다. 치과를 다니느라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나 감량 체중의 대부분이 체지방이어서 내용면에서는 만족할만한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살을 빼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아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달 중 몇㎏’이라는 단기간의 목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조급한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여유를 갖고 과정에 열중하는 것이 즐거운 살빼기의 비결이다.
살빼기의 필수 과정인 식사 조절을 하다 보면 ‘변비’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기 마련. 평소보다 줄어든 음식량으로 인해 배변의 양과 횟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주로 △변의 상태가 너무 딱딱하거나 △배변시간이 15분 이상 걸리고 △일주일에 변을 보는 횟수가 2회 미만일 때 변비로 규정한다.
섬유질이 많은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또 다시마를 불린 물을 아침마다 한 컵씩 마시거나 국이나 찌개에 넣어 섭취하면 훨씬 나아진다. 이 밖에 복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도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된다. 복부 근육에 힘이 있어야 배변이 쉽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늘어진 복부 근육은 산후 비만의 ‘주범’이므로 이를 단련시키는 운동이 ‘만병의 근원’을 제거하는 지름길이다.
송재철(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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