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국감 야의원과 설전]"내가 죄인이냐" 흥분한 愼총장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38분


25일 대검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선 ‘이용호 게이트’의 공방 내용에 못지 않게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답변 방식이 관심을 끌었다.

감사를 받는 기관장들이 통상 ‘낮은 자세’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변을 하는 모습과는 달리 신 총장은 이날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흥분된 목소리로 의원들과 맞섰다.

신 총장은 감사 벽두부터 ‘뜨거운 감자’인 동생 승환씨 문제로 집중공세를 받았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이 “동생 돈이 (이용호씨의 회사공금이 아니라 로비자금이므로) 의료보험료도 지불되지 않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신 총장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모른다.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느냐”고 잘라말했다.

신 총장은 이주영 의원과 실명(實名)공개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의원이 “70년대 청와대에서 10년 근무하는 동안 국세청에서 파견된 오모씨를 알았느냐”고 질문하자 신 총장은 “오씨가 하나 둘이냐. 실명을 대라”고 맞받았다. 이 의원이 몇 차례 버티다가 “오명진씨를 아느냐”고 묻자마자 신 총장은 기다렸다는 듯 “모른다”고 부인했다.

신 총장의 ‘개성있는 답변’이 계속되자 박헌기(朴憲基·한나라당) 위원장은 간간이 “총장은 흥분하지 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생이 돈을 받았는데 특별감찰본부의 조사를 받을 뜻이 있느냐”는 야당의원들의 질문은 신 총장을 더욱 자극했다. 신 총장은 “왜 내가 조사를 받나. 내가 죄인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때부터 여야 의원들이 총장의 즉답이 국감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일괄답변’을 원칙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서도 동생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신 총장은 “한말씀 올리겠다”며 일괄답변 이전에 발언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동생이 돈을 받은 문제에 관심이 많으니 먼저 설명을 들은 뒤 궁금한 부분을 물어달라는 것이었다.

신 총장은 5분여에 걸쳐 “내가 이렇게 말했더니 동생이 또 거짓말을 해 저렇게 재차 물었다”는 식의 ‘직접화법’으로 동생이 실토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감사장 주변에서는 “신 총장이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하기도 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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