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를 받는 기관장들이 통상 ‘낮은 자세’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변을 하는 모습과는 달리 신 총장은 이날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흥분된 목소리로 의원들과 맞섰다.
신 총장은 감사 벽두부터 ‘뜨거운 감자’인 동생 승환씨 문제로 집중공세를 받았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이 “동생 돈이 (이용호씨의 회사공금이 아니라 로비자금이므로) 의료보험료도 지불되지 않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신 총장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모른다.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느냐”고 잘라말했다.
신 총장은 이주영 의원과 실명(實名)공개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의원이 “70년대 청와대에서 10년 근무하는 동안 국세청에서 파견된 오모씨를 알았느냐”고 질문하자 신 총장은 “오씨가 하나 둘이냐. 실명을 대라”고 맞받았다. 이 의원이 몇 차례 버티다가 “오명진씨를 아느냐”고 묻자마자 신 총장은 기다렸다는 듯 “모른다”고 부인했다.
신 총장의 ‘개성있는 답변’이 계속되자 박헌기(朴憲基·한나라당) 위원장은 간간이 “총장은 흥분하지 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생이 돈을 받았는데 특별감찰본부의 조사를 받을 뜻이 있느냐”는 야당의원들의 질문은 신 총장을 더욱 자극했다. 신 총장은 “왜 내가 조사를 받나. 내가 죄인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때부터 여야 의원들이 총장의 즉답이 국감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일괄답변’을 원칙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서도 동생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신 총장은 “한말씀 올리겠다”며 일괄답변 이전에 발언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동생이 돈을 받은 문제에 관심이 많으니 먼저 설명을 들은 뒤 궁금한 부분을 물어달라는 것이었다.
신 총장은 5분여에 걸쳐 “내가 이렇게 말했더니 동생이 또 거짓말을 해 저렇게 재차 물었다”는 식의 ‘직접화법’으로 동생이 실토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감사장 주변에서는 “신 총장이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하기도 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