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지면서 우량중소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을 떠나 거래소로 옮기려는 ‘코스닥 엑소더스(대탈출)’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와 코스닥 양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코스닥 쪽이 거래소시장에 비해 침체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을 앞세운 벤처기업보다는 전통업종이나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한 ‘시장 이전’ 논의가 활발하다.
▽이전 논의의 현주소〓증권거래소 상장심사부에는 요즘 코스닥 등록기업 10여개사로부터상담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상담은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소시장으로 옮기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문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미 몇몇 코스닥기업들은 시장 이전 방침을 밝혔다. 대표적인 기업은 교보증권으로 상장요건만 갖추면 즉각 ‘이사’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증권의 상장은 본질가치가 액면가(5000원)의 1.5배가 되는 내년 3월 결산시점이 ‘D데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룩스는 적극 검토 중이고 국민카드와 SBS 등도 거론되고 있다. 등록기업 중 상장요건을 갖춘 기업은 159개사에 이른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거래됐던 코스닥을 지켜오던 ‘구 종목’들이 주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왜 옮기려고 하나〓코스닥시장이 자금조달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것이 가장 큰 이유. 코스닥종합지수는 작년 3월 10일 283.44로 사상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일관했다. 지금 코스닥지수는 최고점의 17% 수준으로 폭락해 83%가 하늘로 날아갔다.
이 같은 시장의 폭락세 앞에서 개별 기업의 가치는 도무지 방어벽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 늘고 흑자규모가 증가해도 코스닥시장에서는 주가가 오르지 않아 주가수익배율(PER)이 3∼5배에 불과하다. 웅진코웨이도 8월 바로 이 이유 때문에 거래소로 옮겼다.
또 개인투자자 비중이 커 주가변동이 심하고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가 부진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가 위험회피나 차익거래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뜻. 신아투자자문 최정현 사장은 “파생상품 활성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재편 계기될 듯〓현재 거래소 상장요건을 갖춘 비상장 비등록기업은 324개사. 이들도 코스닥시장보다는 거래소시장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우량기업일수록 거래소 상장을 선호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증시 침체가 양 시장의 특성을 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래소시장은 수익모델이 확실하거나 상장 후 5년 이상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은 설립 초기의 벤처기업들이 각각 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거래소가 부산과 대구 광주에서 모두 796개사를 대상으로 상장설명회를 개최한 일을두고 시장에서는 ‘시장 차별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간판급 등록기업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코스닥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진·박정훈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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