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와 돈 거래 및 편법적인 주식 매매를 하면서 정권 실세에게 이씨를 소개해 준 의혹을 받고 있는 모 복권사 사장 김모씨(34)는 지난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은 25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김씨가 이씨에게 아태재단 이모 이사를 연결시켜 줬고 이씨의 돈이 아태재단에 들어간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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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또 올 들어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경마 실황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유선방송채널 ‘리빙TV’의 지분 일부를 이씨와 사고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리빙TV가 경마중계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김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가능성도 있다.
김씨의 회사 직원 우모씨는 “김씨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국내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계열사였던 대우금속(현 인터피온)과 KEP전자의 대주주였고 이씨의 주가조작 사건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D파이낸스 전 이사 김모씨(49)도 지난주 일본으로 출국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99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KEP전자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담보로 이씨에게 9억9000만원을 빌려줬다. 김씨는 또 지난해 3월 이씨와 대우금속 등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씨의 부인은 “남편이 지난주 사업 관계로 일본에 갔으며 추석이 지나고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일 일본으로 출국한 로케트전기 전 전무 윤모씨도 이씨 사건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쥔 인물로 보인다.
윤씨는 이씨와 세 차례나 리빙TV 주식을 사고 팔았으며 연고를 배경으로 여권 정치인 및 검찰 국가정보원 등의 간부들과 가깝게 지내고 이씨와도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면서 새로운 인물의 혐의가 확인될 때마다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다”며 “그 이전에 해외로 빠져나갔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 중수부(유창종·柳昌宗 검사장)는 이씨의 비자금 사용처를 밝히기 위해 계좌를 추적 중이지만 이씨가 주로 억대의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썼기 때문에 자금 사용처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자금 사용처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며 “비자금만 따로 관리한 계좌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건·민동용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