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가마터를 발굴했던 한 도자기 전문가는 광주시의 문화재 파괴 소식(본보 26일자 A29면 보도)을 접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광주시가 읍면 공무원과 주민들을 동원해 조선 백자 조각을 땅 속에서 캐내거나 땅 위에서 수집한 것은 보기 드문 심각한 문화재 파괴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은 우선 광주시가 수집한 백자 조각의 양이 엄청나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모두 1.8t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시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 면에서만 5t을 수집해갔다. 다른 면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그 양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도자기 엑스포 광주전시장에 가보면 실내와 야외에 20가마(가마당 40㎏ 정도) 분량이 전시돼 있고 중부면 상번천리 백자가마터 전시관 옆 수풀 속에 60가마 정도의 백자조각이 방치돼 있다. 이것만 합해도 3.2t에 달한다. 싹쓸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도자기 엑스포 행사장에 전시된 백자 조각들도 말이 전시이지, 유리 상자에 백자 조각을 쏟아부은 것에 불과하다.
전시현장을 살펴본 한 전문가는 “상번천리 백자가마터 전시관은 국내 최초로 왕실 백자 가마터가 발굴된 곳인데 여기에 이렇게 방치하다니, 마치 쓰레기더미 같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유물들은 어디서 출토됐는지를 알 수 있어야 가치가 유지되는 것인데 방치돼 있는 백자 조각들은 정확한 출토지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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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전시하고 있는 것이나 수풀에 방치되어 있는 것 모두 면 리 단위로만 분류돼 있을 뿐 광주지역에 산재한 270여개 백자 가마터 중 어디서 출토된 것인지를 알 수 없게 되어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도자기엑스포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광주지역 백자의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서 백자 조각을 모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행사장 유리진열장에 무더기로 쌓아놓았을 뿐, 광주 백자가 어떻게 변해갔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백자 조각을 주웠다는 주민조차 “백자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알 수가 없다. 무얼 설명하려고 이렇게 모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광주시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8월14일 뒤늦게 문화재청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현장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광주시 문화재청 모두 쉬쉬 하면서 엑스포가 끝나고 이 문제가 유야무야되길 기다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문제의 백자 조각을 즉각 압수해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광주=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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