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항공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 보잉사의 항공안전에 대한 예측에 의하면 2015년까지 항공 사고율을 줄이지 않으면 전세계적으로 항공기 사고는 거의 1주 간격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한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 있다. 항공 안전에 대한 관심은 항공발전의 척도와도 같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항공기 사고의 약 76%가 인간의 실수, 즉 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최근 한국은 1993년 7월 아시아나 항공의 목포공항 사고와 1997년 8월 대한항공의 괌공항 추락 사고에 이어 1999년 12월 영국 스탠스테드공항 사고로 인해 국제적인 신인도가 추락하는 상황을 맞았다. 국민이 항공교통을 이용할 때 불안감이 가중됐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경우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항공사가 인원을 감축하고 중형 항공사는 도산하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2000년 5월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전세계 탑승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항공사고가 발생하면 항공기 이용자가 항공편을 선택할 때 항공안전에 대한 고려를 훨씬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공여행의 안전도에 대한 확신 정도는 일본, 미국, 유럽, 중국이 높았으며 한국은 이들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년에 2회 이상 발생한 항공사고로 인하여 한국인들의 의식에 항공안전에 대한 불신감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즉, 조사 대상 국가의 항공 이용자에 비해 한국인은 항공여행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항공 여행시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중국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의 잔존으로 인해 운임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 고려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선진국은 이미 항공여행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에 항공안전에 대해 고려하는 비중이 낮았다.
선진국에서는 이처럼 항공안전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에 이번 테러사건이 던진 충격도 그만큼 커 일종의 ‘테러공포 증후군’이 항공 이용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항공안전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외국의 항공안전에 대한 등급을 판정하는 미국의 자존심에 큰 오점을 남겼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도 이번 테러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인적 요인에 의한 항공기 사고의 감소 노력 외에도 테러에 대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항공안전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정부 차원의 시스템 강화, 민간 항공사의 뚜렷한 대책 없이는 항공기 테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강 석(한서대 교수·항공교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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