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 장관 일가 시비 규명해야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35분


공직자의 친인척이 잘못했다고 공직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는 연좌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위 공직자는 친인척 관리를 엄정하게 할 책무를 지닌다.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고위 공직자의 친인척에 접근해 사건을 해결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파문을 빚은 대형 사건이 그동안 비일비재했다. 고위 공직자가 그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공범에 가깝고 몰랐더라도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이 이용호(李容湖)씨가 경영하는 업체에 취직해 거액의 스카우트비와 봉급을 받아 물의를 빚은 사건이 지금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여기에 안정남(安正男) 건설교통부 장관이 국세청장 재직 당시 둘째동생이 서울 서초구 일대에 주류를 공급하는 도매업체에 이사 겸 영업사장으로 영입된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주류도매업은 국세청이 허가권을 쥐고 있고 국세청의 감독을 받는 업종이다. 도매업체들로부터 술을 다량 구매하는 대형 유흥업소들은 특별소비세율이 높아 세금 문제에 민감하다. 주류도매업체가 국세청장의 동생을 취직시킨 지 2년 만에 매출이 급신장했다면 그 경위를 알아봐야 한다.

안 장관은 이 업체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해명했으나 그런 식으로 넘어갈 일은 아니다. 안 장관이 동생이 그런 업체에 취직한 것을 알고서도 그냥 놔뒀다면 공직자 윤리의식의 부재이고 몰랐더라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의 도매업체가 국세청장 동생을 채용한 후 2년 만에 매출은 얼마나 늘어났는지, 또 어떤 경위로 그렇게 늘어났는지를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공연한 트집잡기가 아니다. 고위 공직자의 기강이 엄격하게 서지 않으면 조직을 바르게 이끌고 나가기도 어렵고 우리 사회의 부패 청산도 힘들다.

안 장관과 친인척에 대해 제기된 다른 의혹들도 야당의 공세라고 넘겨버릴 일이 아니라 좀 더 성의 있는 해명이 나와야 한다. 해명으로 충분하지 않고 의혹이 남는다면 엄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신 총장의 동생 못지 않게 안 장관의 동생에 대해서도 국감에서 제기된 시비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사회 일각의 부패한 풍토는 주위에 고위층 친척을 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놔두려 하지 않는다. 다른 고위 공직자들도 이번 일들을 거울삼아 친인척이 이권에 얽히는 일이 없도록 주변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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