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천연염색 전문가 김정화씨

  • 입력 2001년 9월 26일 20시 31분


"어릴적 과수원 울타리에 눈부시게 핀 흰 찔레꽃, 파르스름한 녹색에서 밝은 노랑색으로 변해가는 참외들을 보는 게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어요.똑같은 흙에서 나오는 색이 어찌 이리도 다양하게 뿜어 나오는 지 신기하기만 했답니다.그리고 그것들의 색상이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사실도 놀라웠구요.저는 어릴적부터 이런 자연색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꿈을 키워왔답니다."

천연염색전문가 김정화(金貞花·45·경북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생활지도사)씨.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귀, 사리,치자, 감 등 식물을 소재로 삼아 자연 그대의 색깔 을 만드는 작업을 20여년 째 해오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194종의 식물에서 염료를 추출, 미적감각과 실용성이 뛰어난 색감들을 수없이 찾아냈다.

그는 요즘 194종의 식물을 토대로 원하는 색을 내고 이를 천과 그림, 문양에 응용, 작품을 만드는 작업에 빠져 있다.

그는 천염염료의 색감이 매염재(색의 발현과 착색에 도움을 주는 물질)에 따라 달라지는 사실을 눈여겨 본 뒤 염색과정에 매염제를 활용하는 방법과 이를 다양화하는 기술도 터득했다.

그는 "인공염료와는 달리 천연염료의 경우 균일한 색을 내도록 하는 일이 쉽지 않다" 며 "천과 매염재의 종류, 염색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색을 통계적인 수치로 정리, 언제든지 원하는 천연염료를 얻을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중" 이라고 말했다.

"어릴적에 해가지는 산을 바라보면서 다가온 하늘풍경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살아 있어요.해가 지면서 뿜어내는 주홍색과 노란색의 그 몽환적인 어울림, 하늘과 산 사이에서 나타나는 하얀선….그 때의 노을진 하늘을 재현하려는 갈망이 나에게는 무의식으로 아직 남아있답니다.색과의 만남은 이처럼 운명적인 것 같아요."

그는 오는 10월 9일부터 10일간 대구 갤러리 창산향림에서 '조각보의 일상미학' 이라는 작품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우리의 옛규방 생활 공예품인 조각보(모시 삼베 등에 염료를 물들인 천조각)를 천연염로로 재현한 작품과 이를 응용한 아트상품 들을 선보일 예정.053-624-1715.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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