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실제 상황’이다. 요즘 기자들은 경찰관으로 부터 홍보기사나 투고를 게재해 달라는 부탁을 심심찮게 받는다. 원고를 들고 찾아와 “조그맣게라도 내달라”고 떼쓰는 경찰관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관은 투고를 자제해 달라’고 안내한 지방 신문사도 있었다. 99년 11월 이무영청장 부임 이후 지나치게 홍보에 집착하는 경찰의 행태를 나무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개선의 기미는 없다.
부산경찰청의 한 직원은 “윗사람이 언론 홍보를 강조해 안면있는 기자를 통해 부탁은 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언론에 한번 ‘뜨기 위해’ 내놓는 아이디어들도 ‘파출소 담장을 헐었다’거나 ‘말을 타고 거리질서 확립에 나선다’는 등 갖가지다.
얼마전 경남지방경찰청은 ‘생활질서 확립 도민 결의 대회’라는 행사를 평일에 열면서 학생과 군인 등 3만여명을 동원, 비난을 샀다. 경남지역 한 경찰서 직원은 “지휘관이 언론보도에 잔뜩 신경을 쓰면서 닦달하는 바람에 ‘정말 피곤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최근 ‘감동적 성실봉사 이렇게 실천하고 있습니다’는 제목으로 경찰관들의 선행과 미담이 실린 신문기사를 묶은 책자도 찍어 돌렸다. 또 지방청과 경찰서 단위의 홍보책자 발간도 눈에 띄게 늘었다.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홍보, 즉 공보(公報)는 일방적인 자랑이기보다는 객관성을 바탕에 깔고 자기반성이 병행돼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부임 직후 전국 경찰을 돌며 “일선 경찰관들의 눈에서 핏대를 지우겠다”며 열악한 근무여건의 개선을 공언했다.
그러나 지금 경찰관들은 “민생치안 보다는 전시성 행사와 ‘언론 플레이’를 위해 눈에 핏대를 세워야 할 정도”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에대해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활약상을 널리 알리려는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부산〓강정훈·석동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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