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만 37세를 넘긴 본즈에겐 그리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98년 시즌 막판 홈런을 주워담다시피 했던 맥과이어와는 달리 고의볼넷을 남발하는 백인 투수들의 집중견제를 받은 것도 그를 초조하게 했다. 아직 다저스와 2경기가 남아 있는 본즈가 역시 메이저리그 신기록인 175개의 볼넷을 얻은 것이 이를 증명하는 대목.
이런 본즈가 모든 난관을 물리치고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은 참고 기다릴 줄 알았기 때문이라는 평가.
지난해 49홈런을 친 것이 자신의 최고기록이었지만 8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한 후 한해 평균 30홈런 이상을 꾸준히 쳐온 그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컨택트 히터’. “언제나 시즌 홈런 목표는 30개였다”는 그는 “무리하게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볼넷을 얻어 진루하는 게 훌륭한 타자의 자세”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본즈의 신기록 순간은 예상했던 대로 모든 사람의 축하를 받지는 못했다. 1회말 박찬호로부터 71홈런 축포를 쏘아올린 본즈는 담담히 그라운드를 돌았고 홈플레이트에서 아들 니콜라이와 팀동료의 포옹을 받았다. 이어 본즈는 스탠드 위로 걸어가 아내 리즈와 딸 아이샤, 어머니 팻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는 것으로 홈런 세리머니를 마감했다.
그동안 다저스 선수들은 애써 본즈를 외면해 98년 맥과이어가 62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 적진인 시카고에서 라이벌 새미 소사를 비롯한 컵스 선수단과 일일이 포옹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던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날 경기가 난타전 끝에 다저스의 11-10 승리로 끝나 샌프란시스코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것도 본즈의 기록 경신을 반감시키는 대목.
본즈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는지 “친구 장례식에 참가하느라 5시간밖에 못 잤다. 오늘 아침에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며 “맥과이어의 70홈런 공은 305만달러에 팔렸지만 나의 공은 100만달러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반문.
하지만 본즈에게 행운도 따랐다. 이날 선발등판을 자원한 박찬호가 다른 투수들과는 달리 정면승부를 펼쳐 줘 대기록 달성의 희생양을 자처한 것. 박찬호는 이로써 본즈와 통산 39번 만나 7개의 홈런을 헌납했다.
▼관련기사▼ |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