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 그럴리가요? 다른 훌륭한 의사들도 많은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김남규 교수(45)는 자신이 대장 항문 질환 분야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는 소화기내과 김원호, 종양내과 노재경, 치료방사선과 성진실 교수 등의 도움 때문에 자신은 ‘겨우 겨우’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그를 탁월한 의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수술 전 환자의 상태에 따라 꼼꼼히 수술 계획을 짜고, 환자나 보호자에겐 수술의 성공률과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한다. 특히 그가 한 수술은 부작용이 적기로 정평이 나 있다.
-대장암과 직장암은 어떻게 다른가.
“넓은 의미로는 대장암에 직장암이 포함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구별된다. 소화된 음식물은 오름주름창자, 가로주름창자, 내림주름창자, 구불주름창자, 곧창자(직장)을 거치면서 변으로 ‘완성’돼 변기로 향한다. 좁은 의미로는 직장암은 직장과 구불주름창자에 있는 암을, 나머지를 대장암으로 부른다.”
-직장암은 다른 대장암보다 수술이 쉽다는데….
“그렇지 않다. 직장암의 경우 항문 주위에 자율신경과 항문조임근 등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정교하게 수술을 해야 한다. 자칫하면 성기능이 사라질 수도 있다.”
-대장암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나.
“1기는 수술 뒤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고 2기는 80%, 3기는 50∼60%, 4기는 5% 미만이다. 따라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장암은 조기에 수술받으면 인공 항문을 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으면 재발이 잦으므로 방사선 및 항암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받는다. 대장암은 20%가 간에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는데 이 때도 삶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간 절제 수술을 함께 받으면 5년 생존율이 30%에 이른다. 폐에 전이된 경우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대장암은 어떻게 조기 발견할 수 있나?
“배변 때 출혈이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배변 습관이 바뀌었다면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별다른 증세가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정기 검진이 중요하다. 대장암 검사는 △항문 안 70㎝까지 볼 수 있는 직장경 검사와 대변잠혈검사를 한꺼번에 받는 것 △대장 전체를 보는 대장내시경 검사 등 두가지 방법이 있다. 대장내시경은 전날 배가 부르도록 장세척액을 마셔야 해 불편하지만 직장경으로 놓치는 부분까지 볼 수 있다. 45∼55세는 3년마다, 55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으며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면 매년 한 번 받도록 해야 한다.”
-치질의 예방 및 치료법은.
“초기 치질은 비수술적 치료로 고칠 수 있지만 심해지면 칼을 대야 한다. 치질이 처음 생겼을 때엔 생활습관만 고쳐도 나을 수 있다. 화장실에는 5분 이상 앉아 있지 않으며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가지 않도록 한다. 매일 저녁 5∼10분 따뜻한 물로 좌욕하고 물을 5컵 이상 마시도록 한다. 변이 딱딱하게 굳는 사람은 변 유연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은 기본이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양석균 교수▼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소화기내과 양석균 교수(41)는 ‘두 얼굴의 의사’다.
각종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낫지 않는 환자를 볼 때면 내색은 않지만 속으로는 숨어버리고 싶을 만큼 자책감에 시달린다. 반면 후배 의사들을 교육시킬 때에는 엄하기 그지없는 선배로 바뀐다.
매일 60∼70여명의 환자를 진료한 뒤에도 밤늦게까지 연구실을 지키는 양 교수의 목표는 만성 염증 장질환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내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대장뿐 아니라 소장에도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 환자가 급증해 우려된다”며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만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일반 장염과 만성 염증 장질환의 차이점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일반 장염은 손쉽게 치료된다. 반면 만성 염증 장질환은 특별한 원인없이 대장과 소장 등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 환경오염 등이 원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특히 이 질환은 10∼30대가 잘 걸린다.”
-만성 염증 장질환의 종류와 증상은.
“궤양 대장염에 걸리면 혈변이나 설사와 함께 변의(便意)을 못참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많은 환자가 치질로 오인해 진단을 미뤄 병을 키우기 쉽다. 담배를 피우다 끊은 경우 발병률이 높은데 그 이유는 미스터리다. 현재 국내 환자수는 5000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크론병은 90년대 이후 국내 발병률이 급증, 현재 환자수가 1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가 나타나며 10∼20대 환자가 많다. 흡연자의 발병률이 더 높다. 이 밖에 베체트 장염은 크론병과 증상이 비슷하며 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한다.”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하나?
“특효약이 없고 재발이 잦아 완치가 사실상 힘들다. 조기 발견해 적절한 약물 및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궤양 대장염의 경우 초기 약물 치료로 90% 이상 호전되지만 아주 심할 경우 대장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특히 궤양 대장염은 나중에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환자는 매년 한 두차례씩 필수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크론병은 수술 뒤에도 1년내 재발률이 70%를 웃돌아 환자들을 괴롭힌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고 맵고 짠 음식과 술, 담배, 커피 등 자극성이 강한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장 세척을 하면 장 건강에 좋다는데….
“별 관계가 없다. 서양의학에는 ‘숙변’(장에 남은 찌꺼기 변)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장 세척의 필요성도 없다. 특히 피부 미용 등을 위한 잦은 장 세척은 오히려 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건강한 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올바른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이 지름길이다.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고 섬유질이 많이 든 신선한 야채 등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섬유질은 배변을 촉진시켜 장이 각종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준다. 또 30대 이후부터는 매년 위나 대장 등 소화기관의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어떻게 뽑았나▼
대장 항문 질환 베스트 중견의사 | |||
과 | 이 름 | 소속 병원 | 세부 전공 |
일
반
외
과
| 김남규 | 연세대 세브란스 | 대장암, 치질 수술 |
김진천 | 울산대 서울중앙 | 대장암 수술 | |
전호경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대장암 수술 | |
강윤식 | 대항 | 치질 수술 | |
박규주 | 서울대 | 치질 수술 등 | |
박웅채 | 건국대 충주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이동근 | 한솔 | 치질 수술 | |
김선한 | 한솔 | 대장암의 복강경 수술 | |
서광욱 | 아주대 | 대장암, 암의 면역치료 | |
윤완희 | 충남대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김재황 | 영남대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남영수 | 한양대 구리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이상전 | 충북대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김영진 | 전남대 | 대장암 위암 수술 | |
이재정 | 한림대 강남성심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유창식 | 울산대 서울중앙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오승택 | 가톨릭대 강남성모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김광호 | 이대 동대문 | 대장 항문질환 수술 | |
소
화
기
내
과
| 양석균 | 울산대 서울중앙 | 염증 대장염 |
김원호 | 연세대 세브란스 | 대장 질환 | |
정현채 | 서울대 | 대장 위장 질환 | |
김효종 | 경희대 | 대장 질환 | |
김영호 | 성균관대 삼성서울 | 소화기 질환 | |
이문성 | 순천향대 부천 | 소화기 질환 | |
정문관 | 영남대 | 소화기 질환 | |
김주성 | 서울대 | 위장 대장 질환 | |
최재현 | 고려대 안산 | 소화기 질환 | |
김재준 | 성균관대 삼성서울 | 소화기 질환 | |
김우중 | 한림대 강남성심 | 소화기 질환 | |
계세협 | 한림대 한강성심 | 소화기 질환 | |
김재광 | 가톨릭대 성모 | 소화기 질환 | |
한동수 | 한양대 구리 | 대장 질환 |
대장 항문 질환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김남규 교수가 선정됐다. 내과에서는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양석균 교수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원호 교수가 엇비슷하게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의대에서 대장 항문 질환을 주로 맡고 있는 소화기내과 및 일반외과 교수 62명과 개원 전문의 11명 등 모두 73명의 의사에게 △가족 중 대장 항문 질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 및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의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동아일보사는 대장암과 항문 질환을 주로 보는 세브란스병원 김남규 교수와 염증성 장질환이 세부전공인 서울중앙병원 양석균 교수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한편 영동세브란스병원 손승국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풍렬 교수, 성심병원(평촌) 이봉화 교수 등 50대 초반의 교수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소속 교수들의 추천 점수를 합친 병원별 순위는 세브란스병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의 순이었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