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얼굴 조각에는 언제나 명상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퍼머한 듯한 머리, 날씬하게 뻗은 콧날, 무표정한 듯한 얼굴이 특징이다.
가톨릭 신자인 그가 얼굴 조각에 집착해 온 것은 인간과 신에 대한 집요한 탐구 때문이다. 그는 “얼굴은 신체의 단순한 한 부분이 아니라 인간 심성(心性)과 그 시대상의 발현”이라면서 “인간은 나의 영원한 테마여서 얼굴 조각에 전념해왔다”고 말한다.
그의 얼굴 조각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다. 70, 80년대의 얼굴은 당시의 긴장된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듯 날카롭고 딱딱했으나 최근 작품은 푸근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는 “사회가 변하기도 했으나 내 자신도 많이 원만해졌다”고 진단한다.
그의 얼굴 작품은 정면이 선으로 표현될 정도로 얇고 날렵하지만 측면의 경우 길고 넓어 풍부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 그는 “물고기가 물 속에서 수압에 견디기 위해 유선형의 몸을 갖추었듯이 나도 격동의 시대를 헤쳐 오면서 자유를 억압당하는 등 갖가지 사회적 압력을 받은 끝에 그런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스스로 분석한다.
서울대 미대 시절 조각은 김종영, 평면은 장욱진을 사사했던 최씨는 얼굴을 주제로 25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고 이번 전시에 이 중 140여 점을 내놓는다. 대리석 화강암 청동 목재의 조각품 80여 점, 파스텔 매직 판화 등의 평면 작품 60여 점 등이다. 근작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70년대 이후 작품들을 아우르고 있다는 평이다. 입장료 2000원. 02-720-1020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